'아들의 방' .. 아들아! 한번만 더 너를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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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들의 방"(난니 모레티 감독)은 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가족의 슬픔을 그린 멜로드라마다.
지난해 수상작 "어둠속의 댄서"(라스폰트리에 감독)가 출중한 형식미를 드러냈다면 이 영화는 인생에 대한 사려깊은 성찰을 담은 내용이 돋보인다.
아들이 숨진 뒤 가족 구성원들의 아픔과 죄책감,안타까움 등 복합적인 감정의 편린들이 세심하게 나열된다.
그것은 눈물을 쏟도록 하는 극적 에피소드가 아니라 삶의 진실한 모습들과 결합돼 드러난다.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항구마을에 살고 있는 정신과 상담의 조반니(난니 모레티)의 가정이 사춘기 아들 안드레(주세페 산펠리체)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균형을 잃는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아내 파올라(로라 모란테)는 안드레 여자친구의 편지에 집착하며 숨진 아들의 흔적을 간직하려 애쓴다.
딸 이레네(야스민 트린카)는 신경질적으로 변해 농구경기에서 폭력을 휘두른다.
환자들의 고민을 자제심있게 들어왔던 조반니는 사고후 스스로 신경증 환자가 되고 만다.
아들과의 조깅약속을 파기하고 왕진을 가는 바람에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는 "만약 아들과 그 시각에 조깅했더라면" 하는 장면을 거듭 상상해 본다.
그러나 "시간의 비가역성(非可逆性)"에 절망할 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 책임이 당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모든 일들을 우리가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할 수 있는 걸 할 뿐이죠"
조반니는 상담환자에게 했던 이 말을 부메랑처럼 자신이 돌려받아야할 상황에 직면한다.
강박증,대인관계기피증 등을 앓고 있는 조반니의 환자들은 "깊은 상실감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조반니가족들과 다를 바 없다.
가족의 불행을 예고하는 복선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파올라는 길에서 도망치는 사람과 부딪치고 딸은 오토바이를 타고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떨어질 뻔 한다.
조반니도 환자를 만나러 가던 중 트럭 한 대가 경적을 울린다.
그러나 아들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장면은 없다.
슬픔은 "살아남은 자"의 몫임을 시사한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세상과의 불화는 "느림의 결여"에서 비롯한다.
욕망을 털어내고 그 자리에 자아찾기와 타인에 대한 배려로 채웠더라면 사고도,강박증도,집착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적어도 불화의 가능성이 줄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마지막 장면이 그 증좌다.
조반니 가족이 만사를 제치고 아들 여자친구일행을 국경너머로 배웅함으로써 허허로움을 달래는 것이다.
그것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 순간이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와 감독,그리고 제작에 주연까지 맡은 난니 모레티의 작품이다.
그러나 가족과 환자들로 출연한 배우들이 제몫의 연기를 다하지 못했더라면 빛바랬을 것이다.
미국 버라이어티지는 "말과 이면에 숨겨진 "생각의 깊이"를 드러낸 놀라운 각본"이라고 평가했다.
2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