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의 합병은행인 '국민은행'이 오늘 공식 출범한다. 지난 9월말 기준 1백85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60위권의 국내 최대은행으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의 새출범은 우량 은행끼리의 합병인 데다 부실여신도 다른 은행보다 적어 비교적 좋은 영업환경을 갖고 있다. 이처럼 규모와 수익력이 큰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해져 금융산업의 구조개편과 금융관행의 혁신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리라는 기대가 크다. 한마디로 금융구조조정의 성패가 새롭게 태어난 국민은행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선 이런 국민적 기대에 어긋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주기 바란다. 그러나 두 은행의 합병이 과연 긍정적 시너지효과를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걱정 또한 없지 않다. 이는 합병 전 두 은행이 모두 소비금융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은행이 보험 증권 등 다양한 상품취급과 개인금융을 전략분야로 삼아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하는 것은 나무랄 수 없는 일이지만 기업금융을 등한시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아직도 금융계 일각에 합병전의 국민·주택은행이 서민과 주택금융에 치중한 결과 기업금융을 상대적으로 덜 했기 때문에 우량은행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시각이 있음을 합병은행 스스로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소비자금융 위주의 과거 패턴에만 안주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지원금융에 나서주길 당부하고 싶다. 국가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도까지를 충분히 고려해 경영전략을 세우고 업무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임직원 1만9천4백여명,점포 1천1백28개로 국내 일반은행 총자산의 약 30%를 차지하는 거대은행으로서의 선도적 역할과 사명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조직융화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서울신탁은행에서 봐왔듯이 합병은행이 조직융화를 이루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합병과정에서 주택·국민은행간의 힘겨루기가 줄곧 지속돼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노조는 한지붕 두가족 상태다. 국민은행은 당분간 이원체제로 운영키로 했다지만 내년 3월 정기주총 이전에 인력 재배치와 적자점포 정리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패가르기식의 갈등요인은 곳곳에 잠재돼 있다. 합병은행의 조직융화는 물리적 통합이 아닌 화학적 통합이라야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