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10.7%,작년 8.8% 성장한 우리 경제가 올해 2% 수준으로 내려앉아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무엇인가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부양책을 쓴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런 점에서 경기부양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그러한 바탕 위에서 경기대책을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것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불황의 특수성 때문이다. 불황의 근본원인은 유효수요 부족에서 오는 경기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기업과 금융의 부실에서 오는 구조적인 것이다. 따라서 현 경제위기는 유효수요의 주입으로 치유될 수 없고,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을 통해서만 근치될 수 있다. 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황은 세계적 불황의 한 부분적 현상이다. 때문에 불황으로부터 우리만의 독자적인 탈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며,만일 독자적인 경기회복을 추구할 경우 국제수지 악화나 인플레 등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이 같은 불황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 경제에 대한 경기부양책은 다음과 같은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부양책을 써도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부양효과의 한계성이다.10년째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 엄청난 규모의 재정지출 확대 등 부양책을 써 왔지만 재정위기만 초래하고 말았다. 지금 우리도 그와 유사한 환경에 있다. 불황의 원인이 수요부족이 아니라 구조적인 기업부실에 있고,재정지출을 확대하더라도 그것이 투자와 수출을 확대시키는 파급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으며,세계불황으로 인해 부양효과는 해외에 누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선 이른바 케인스적인 적자재정 정책은 적중하기 어렵다. 경제회생을 위해 돈을 쓴다면 경기부양보다 기업과 금융의 부실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투입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양정책 수단의 한계성이다. 정책수단은 적자 재정지출과 금리인하다. 현 단계에서 저금리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기예금 금리가 4∼5%로 내려앉은 현행 금리는 물가상승과 세금을 빼면 제로금리이니 더 이상 내리기 어려운 한계점에 와 있다. 다시 말하면 금리를 더 내려도 투자가 증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걸려 있다. 또 보험업의 부실화,각종 연·기금의 부실화 및 금리생활자의 소득감소 등 사회적 손실이 더 크게 될 우려가 있다. 재정면에서도 향후 사회적 복지수요의 급격한 증가,구조조정을 위해 투입한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 상환부담 등을 감안할 때,경기부양을 위해서까지 큰 규모의 적자재정을 감당해야 할 것인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우리 경제의 현황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내려야 한다.너무 비관적인 위기의식은 옳지 않으니,우리 경제의 장래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우리는 지금 충분한 외환을 쌓고 있다.때문에 오늘의 위기는 대외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대내적 유동성 위기다.이러한 대내적 어려움은 국민의 고통분담과 내핍으로 극복될 수 있는 일시적인 것이다. 실제로 올해 우리경제를 성장 2%,물가 3%,실업률 3%,경상수지 흑자 80억달러,외환보유액 1천억달러 등으로 요약한다면 우리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양호한 수준이다. 세계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는 미국 일본 독일 등이 올해 제로 성장을 하고 있고,아시아 네마리의 용(龍)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경기부양을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경기조정을 위해 저금리기조 유지,경기 대책적 방향에서의 정부예산 조정집행,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민간건축 증대를 위한 재건축 활성화 등 무리 없는 범위에서의 경기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방향에 있어서 내핍과 고통분담 체제로 불황의 고통을 받아들이고,그 바탕 위에서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6개월 내지 1년을 이겨내면 우리는 불황의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 ps0216@netsg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