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SUV(Sports Utility Vehicle;스포츠형 다목적 차량)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93년 5.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진입에 성공한 SUV는 그동안 안정적인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특히 지난 99년에는 전년대비 1백63%의 고성장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0%를 넘어서는 개가를 올리고 있다. 9월말 현재 SUV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2.6%이다. 이처럼 SUV가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생활스타일 및 취향 변화가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생산 SUV의 성능 및 품질 디자인 등이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점도 시장확대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먼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경우 가족중심의 생활패턴이 정착되면서 여가생활을 즐기려는 소비계층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때문에 단순한 세단형 승용차보다는 도시는 물론 야외생활에도 적합한 다목적 차량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더욱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주5일 근무제는 SUV 수요를 폭발적으로 확대시킬 전망이다. 업체들도 이같은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진동 및 소음을 크게 줄인 디젤엔진을 개발하는가 하면 디자인도 도시형 다목적 차량에 맞춰 고품격화시키는 노력을 쏟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에 선보인 SUV의 대부분은 승용차에 버금가는 고품격과 승차감을 갖춰 고급차의 이미지를 안겨주고 있을 정도다. 또 강력한 파워를 바탕으로 지프형 차량의 역동성까지 겸비,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SUV는 초기에 갤로퍼(현대자동차),무쏘(쌍용자동차),스포티지(기아자동차) 등 주로 지프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파워와 역동선은 갖췄지만 품격 및 승차감이 떨어진 게 흠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출시된 렉스턴(쌍용)과 테라칸(현대) 등은 승용차에 견줄만한 승차감과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출시를 앞둔 기아차의 "쏘렌토"는 회사측이 제3세대 SUV를 자처할 정도로 한단계 높은 차원의 품격과 이미지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는 SUV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늘고 있는데다 업체들의 경쟁까지 가세,내년에는 SUV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핵심 축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라칸과 렉스턴에 기아의 쏘렌토가 출시되면 국내 SUV시장은 황금기를 맞을 것"이라며 "주5일 근무제 등과 맞물릴 경우 큰 폭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예견된다"고 말했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