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회사인 A사에 다니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밀려난 이종호씨(52.가명). 그는 회사가 마련해준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서비스 덕에 얼마전 물류회사의 팀장으로 재취업하는데 성공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주변에선 그의 재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게다가 그는 창업보다는 전에 근무하던 제지회사와 규모가 비슷한 중견기업을 고집했다. A사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계약을 맺은 DBM코리아는 이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가 갈 만한 회사의 명단을 추리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먼저 국내 1백대 기업과 국내 진출 외국계 기업 50개를 선별한 뒤 이씨와의 상담 및 수정작업을 거쳐 70개 기업을 취업 목표 업체로 최종 선정했다. DBM코리아는 이들 기업과 접촉해 고객(이종호씨)에 대한 홍보를 진행했고 희망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이력서를 발송했다. 그 결과 12곳에서 면접을 희망해 왔다. 이씨는 이중 3곳에서 면접을 봐 물류회사에 취업하는데 성공했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는 이씨처럼 실직한 후(또는 퇴직 직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취업과 창업 등 전직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취업과 창업을 알선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회사는 구조조정을 한 기업과 3개월∼1년 단위로 계약한다.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서비스 업체는 계약기간동안 퇴직자들이 지낼 수 있는 전직지원센터를 마련해 주고 1 대 1 컨설팅을 해준다. 개인의 희망과 적성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퇴직자의 목표를 설정해 준다. 목표가 설정되면 재취업을 위한 이력서 작성법에서부터 면접 요령, 컴퓨터 실습 등 직무능력 향상 교육까지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끝나면 서비스업체는 자사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퇴직자에게 적당한 대우가 보장되는 업체를 찾아 취업을 시켜주게 된다. 지난 25일 정년퇴직예정 직원을 대상으로 인생설계 서비스 프로그램(Outplacement Counseling Service)을 도입한 포항제철처럼 재취업뿐만 아니라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퇴직 후 창업하길 원하는 직원은 처음 4개월동안 격주로 1일씩 총 8일동안 창업현장 체험을 위한 워크숍에 참가한다. 다음 2개월간은 유망 아이템 선정, 시장조사 및 사업계획서 작성 등 기획 과정을 거친다. 나머지 3개월동안은 현장실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창업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DBM코리아의 김규동 사장은 "아웃플레이스먼트는 단순한 재취업이나 창업 알선이 아니라 커리어(경력) 매니지먼트 사업"이라고 말한다. 현재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받은 퇴직자의 재취업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30대 퇴직자의 경우 3∼4개월 이내에 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하는 비율이 70∼80%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퇴직자를 대상으로 KT그린플랜지원센터를 운영중인 한국통신의 경우 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한 퇴직자 5천4백여명중 70%에 달하는 3천8백명이 자기 사업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직장에 취직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