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계동에 사는 송호영씨(28). 송씨는 결제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신용카드사에 전화를 걸 때마다 짜증이 나기 일쑤다. 통화 중일 때가 많아 상담원과 연결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송씨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한다. 카드사에 전화를 걸 때마다 '전담상담원'이 나와 궁금한 점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 카드를 사용하는 송씨 부자 간에도 이처럼 서비스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우량회원은 전화상담도 쉽다 =카드사들은 올들어 경쟁적으로 'CRM(고객관계관리)'을 도입하고 있다. 회원 개개인의 실적을 분석한 후 신용도에 따라 '1 대 1'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회원이 카드사에 전화를 걸면 신용도에 따라 전화 상담원을 붙이고 있다. 회원등급은 초우량, VIP, 이탈징후 고객 등으로 나눠진다. 초우량회원의 경우 '베테랑 상담원'이 응답, 가장 빠르고 친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LG카드 이헌출 사장은 "회원 신용도에 따라 전화상담 서비스도 달라지고 있다"며 "CRM이 발달하면서 이같은 서비스 차별화는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구매행태에 따라 청구서도 달라진다 =LG카드 회원이 최근 6개월간 골프장 또는 골프숍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다음달에 배송되는 청구서에는 골프용품 통신판매 카탈로그가 들어간다. 삼성카드 회원이 휴양지 호텔에서 카드를 사용했다면 청구서에는 각종 호텔 할인권이 첨부된다. 카드사들은 이처럼 고객의 구매행태를 데이터로 축적, 분석해 개개인의 소비행태에 맞는 카탈로그나 할인권을 보내고 있다. "고객특성을 기초로 한 차별화된 통신판매 카탈로그를 발송할 경우 구매율이 10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삼성카드 고영호 과장은 설명했다. ◇ 이탈가능한 회원을 붙잡아라 =카드사들은 CRM을 활용, 무실적 회원을 유실적 회원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대표적 예는 현금서비스 수수료 할인 서비스. LG카드는 1년간 카드사용이 없는 회원에 한해 특정 기간 동안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최고 50%까지 할인해 주고 있다. 비씨 삼성 외환 등도 현금서비스를 처음으로 이용하는 고객에겐 수수료를 최고 50%까지 깎아준다. 무실적 회원에 대한 연회비 면제, 사은품 제공 등도 이탈회원 방지를 위한 카드사들의 CRM 마케팅 일환이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