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의 통합전투기(JSF)공급자로 록히드 마틴이 선정되면서 세계 방위산업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게 됐다. 미국의 1위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은 21세기 세계 전투기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됐고 2위였던 경쟁사 보잉은 전투기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하청업체로 전락할지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보잉 록히드의 최대 하청업체로 나설 듯=사업자 선정 직전만 해도 탈락자는 전투기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미·영 양국의 전투기 수주규모가 2천억달러(2백60조원)에 달할뿐만 아니라 사실상 다른 나라 차세대 전투기의 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수주전의 탈락자는 방위산업계에서 생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무인전투기 시대를 앞두고 더 이상 대규모의 유인전투기 발주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에도 대규모 수주전은 방위산업계의 지도를 바꿔놓았다. 맥도널더글러스가 지난 96년 전투기 수주전에서 져 보잉에 팔린 게 한 사례다. 필 콘디트 보잉 회장은 "록히드마틴이 원한다면 일부 물량을 공동제작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청업체로 참여할 뜻을 비친 것.비용절감을 위해 완전 단독수주방식을 택한 미국방부의 고위관계자도 "보잉의 하청참여를 록히드가 원한다면 막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록히드마틴은 국방부의 희망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전문가들은 록히드 마틴이 매년 JSF관련 예산을 쉽게 받아내려면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잉을 끌어들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일부 의원들은 보잉에 일정량의 일감을 강요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보잉은 특히 무인전투기를 개발중이고 민간항공기 사업부문도 있어 록히드 마틴에 비해 탈락에 따른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미·영 21세기 최강의 공군력 유지=우선 통합전투기는 항속거리가 1천1백10㎞에 이르러 아프가니스탄 공습에서 애를 먹었던 인근 기지 확보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등 양국의 공군력이 세계 최상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줄 전망이다. 통합전투기는 또 재래식 전쟁과는 다른 방식의 항공작전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육·해·공군 및 해병대가 같은 기종의 전투기를 사용함으로써 항공작전의 호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국적군 역시 공군력을 통합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