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상상의 세계를 화폭에 담아온 서양화가 정일씨(44·인천교육대 교수)가 서울 신사동 예화랑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왕관 악기 달 우산 등 구체적 형상을 통해 유럽의 동화세계를 이미지화한 '향기''바이올린과 여인' 등 38점을 내놨다. 그의 그림은 우선 편안하다. 난해한 현대미술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동화'를 생각나게 하는 그림이다. 작가가 유럽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영향인지 동화의 세계는 우리가 어린시절 읽던 세계가 아니라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듯한 유럽풍의 꿈과 환상의 세계다. 시각적 장식과 상징이 어우러진 친근감있는 그림속에는 새와 꽃 나비,그리고 동화속 주인공들이 저마다 색깔있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게다가 은은하면서 두터운 마티에르가 느껴지는 화면은 부드럽고 촉각적이어서 시각적 흡입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이미지들은 한결같이 유선형인데다 특유의 장식성 때문인지 막연한 '그림의 세계'에 대한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 직선적이며 대단히 솔직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씨(경기대 교수)는 "주류 미술의 언어나 논리 유행과 동떨어져 그림왕국으로 불릴만한 자신만의 화면을 가꿔온 작가"라고 평했다. 11월8일까지. (02)542-5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