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는 맛보다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로 승부를 걸라" 식품 업계에서 "맛"은 성패를 좌우하는 승부처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식품 업계가 아동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하인츠의 녹색 케첩이 대표적인 사례. 이 회사는 녹색 케첩을 출시한 후 1년도 안돼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5% 포인트 높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일상적인 식품중 하나인 토마토 케첩을 스타상품으로 키운 데에는 2가지 비결이 작용했다. 첫번째 비결은 색상. 녹색을 사용해 "케첩은 빨갛다"는 통념을 깨 아이들로부터 인기를 끈 것. 회사측은 두번째 성공비결을 새로운 디자인의 용기에서 찾았다. 아이들 손에 '쏘옥' 들어가게 만들어져 남아있는 케첩을 마지막 한 줌까지 쉽게 짜낼 수 있다. 녹색케첩의 성공요인이 즐거움을 제공한데 있다고 간파한 하인츠는 한발짝 더 나아갔다. 이 회사 웹사이트에서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펑키퍼플케첩을 접착재로 사용해 프렌치프라이를 이어붙여 진지(陣地)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하이츠의 선임브랜드 매니저인 켈리 스티트는 "아이들은 모든 것에 대해 통제할 수 있기를 원한다"며 "식사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인츠의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은 8~14세의 아이들을 대상으로한 시장조사에서 힌트를 얻었다. 맛보다는 엔터테인먼트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아동용 식품에서 맛은 옵션(선택사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펩시코의 자회사인 퀘이커오츠는 오트 밀(곱게 빻은 귀리)로 만든 자사 제품의 내용물 속에 먹을 수 있는 보석과 금화 등을 숨겨놓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콘아그라푸드는 최근에 파란색과 핑크색의 새 마가린을 내놓았다. 크래프트푸드가 만든 런처블이라는 식품은 퍼즐을 연상케 한다. 포장된 상자에는 피자와 샌드위치 조각들이 들어있다. 아이들은 이들 조각을 조합해 자신들이 원하는 모양의 피자와 샌드위치를 만든다. 이 회사는 또 틱태토 게임(오목과 비슷한 서양 게임)의 조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과일스낵을 내놓기도 했다. 뉴욕대학의 식품영양 학부장인 마리온 네스트레는 "구매를 결정하는 데 아이들의 목소리가 예전에 비해 훨씬 커졌다"며 "식품업계가 아이들을 겨냥해 식품과 장난감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라고 말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소중한 시간을 잃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식품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는 아이들에게 맛 없는 영양식을 먹이는 "미끼"로도 적격이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