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는 미국이 지난 78년 세계 최초로 신연방도산법 11장(Chapter 11)에 규정한 것으로 기존 경영진이 경영을 계속하되 필요한 경우에 한해 관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신청하면 담보권자를 비롯한 모든 채권자의 권리 행사가 제한되며 구주 소각 등으로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발생한다. 법원은 기존 경영진의 부정 또는 무능 등의 경우 관리인을 선임하게 된다. 도산법에 관한 한 우리나라 법제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4월 화의법을 폐지하고 DIP제도를 일본 법제에 맞게 바꿔 '민사재생법'이란 이름으로 받아들였다. 민사재생법도 관리인을 임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무려 신청 건수가 1천3백여건을 넘은 반면 우리나라 회사정리법처럼 법정관리를 규정한 회사갱생법에 따라 갱생 절차를 신청한 회사는 두 곳에 불과했다. 국내에서는 DIP제도 도입이 시기상조이며 만약 받아들이더라도 최소한의 부분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전문경영인 풀(pool)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을 도입할 경우 법원에서 인가를 받은 구 경영자가 사주의 영향력을 차단하지 못하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관리인 선임을 원칙으로 하되 구 경영자의 경영권도 인정하는 '한국적 방식'이 명문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