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Buy 삼성전자'..향후 증시 바로미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국인과 삼성전자가 과연 증시 분위기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을까.
외국인의 집중적인 삼성전자 매수세가 투자심리를 급격히 호전시키고 있다.
외국인은 24일 삼성전자를 68만6천주(1천2백51억원) 순매수한 것을 비롯,거래소 시장에서 이날 하루에 1천8백4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증권전문가들은 일단 삼성전자의 3.4분기 성적표가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생존능력의 우위를 확인시켰다는 점이 외국인 매수세를 유인하는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일부에선 외국인이 소량이나마 삼성SDI 등 경기관련 우량 제조주나 금융주로 매수기반을 넓혀 가는 것을 3.4분기를 바닥으로 점진적으로 전개될 경기회복에 대비한 사전매집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아직 신중론이 우세하다.
가격메리트에 따른 갭을 메우는 과정이 완성되고 있는 단계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매력적인 DR 프리미엄=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삼성전자 편식에 대해 1차적으로 최근 현격히 벌어진 GDR와 원주의 가격차에 주목하고 있다.
전날 GDR 종가는 76.50달러로 원화 환산시 2DR(2DR=1원주)는 원주보다 14.69% 비쌌다.
이같은 DR 프리미엄은 지난 주말인 19일 8.04%에서 22일 11.9%를 기록하는 등 단기간에 급격히 확대됐다.
22일부터 외국인이 삼성전자 매수강도를 높인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최근 외국인의 집중적인 삼성전자 매수는 DR와 원주의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즉 단기 매매전략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난무하는 해석 속에 희망도=이날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에선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런 풍문은 뚜렷한 펀더멘털 개선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외국인의 삼성전자 사들이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로 보인다.
선물시장에서 1만계약 이상의 순매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견인한 후 다시 '팔자'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외국인의 '바이-코리아'를 '바이-삼성전자'로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삼성투신 김기환 상무는 "외국인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금융주를 비롯한 업종 대표주를 순매수하고 있다"며 "미국 테러 사태 이후 이머징마켓 중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연구위원은 "정부의 재정·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한 경기부양으로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에 대비해 일부 장기투자 외국인이 경기 민감주를 편입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관찰했다.
◇게임은 지금부터=삼성전자에 국한했을 때나 종합주가지수를 봤을 때 미국 테러 사태 이후의 갭 메우기 과정이 비로소 일단락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미래에셋 이 위원은 "외국인은 지난 9월 미국 테러 사태를 전후해삼성전자 주식 2백30여만주를 팔아치웠다"며 "이날 매수 물량을 감안했을 때 팔았던 물량을 다시 사들이는 과정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최 위원은 "지난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삼성전자가 횡보한 18만∼19만원대에서 거래된 물량이 1천3백만주 이상이고 지난 5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의 외국인 지분율(58.69%)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추가 매수 여력은 크지 않다"며 "외국인의 공세에 들뜨기보다는 이성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이 위원은 "미국 테러 사태 이후의 갭 메우기는 먼저 선진국 시장부터 이머징마켓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졌다"며 "결국 향후의 시장 방향도 미국 시장의 움직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