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칸과 베니스 등 각종 해외영화제에 진출하거나 상을 탄 작품들이 대거 개봉된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과 개막작인「귀신이 온다」(2000)와「물랑루즈」(2001)가 오는 26일 개봉되는데 이어「북경자전거」「아들의 방」「폴락」「꽃섬」「차스키차스키」「왕의 춤」등 10여편이 내달 중 극장가에 간판을 내걸 예정. 중국 장원 감독의「귀신…」은 2차 대전 말 일제 점령기를 배경으로 중국의 한마을에 의문의 자루가 배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코믹하게 그렸고,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호흡을 맞춘 뮤지컬「물랑루즈」는 파리의 한 클럽을 무대로 창부와 가난한 작가의 비극적인 사랑을 화려한 춤과 노래로 버무렸다. 아들을 잃은 뒤 남은 가족들이 겪는 슬픔 등을 그린「아들의 방」(11월 2일 개봉)은 이탈리아 난니 모레티 감독에게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작품. 천재 화가 폴락의 일대기를 그린「폴락」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북경자전거」(11월 10일)는 올해 베를린 은곰상을 수상했다. 또 11월 24일 관객들을 만날 송일곤 감독의「꽃섬」은 올해 베니스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영화제 수상작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 것은 추석 대목이 끝나고 본격적인 극장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블록버스터들이 잠시 주춤해졌기 때문. 특히 이 즈음에 여름 내내 쏟아진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싫증나거나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훈훈한 작품들을 찾는 관객들이 늘어나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영화의 수상 경력은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 직접적인 유인책은 되지못한다는 게 홍보 관계자들의 설명. 「북경자전거」의 홍보를 맡고 있는 `영화인'의 한 관계자는 "베를린이나 베니스 등 `아트 영화의 장'으로 알려진 영화제 수상작들은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있기때문에 주로 영화 속 내용에 중점을 두고 홍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개봉한「나비」는 로카르노 수상작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개봉 이틀 만에 간판을 내리는 수모를 겪어야했다. 칸에서 최고상을 받은「어둠속의댄서」가 전국 35만여명을 동원한 것을 빼면 영화제 수상작들은 사실 흥행과는 거리가 먼 편이었다. 송일곤 감독의「꽃섬」은 개봉을 앞두고 고육지책으로 `손질'에 들어갔다. 원래2시간 6분이던 상영 시간이 `너무 길다'는 판단에 따라 7분을 잘라낸 것. 앞으로 더잘라낸다는 계획이다. 현실의 높은 벽을 목격한 탓일까.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