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4분기 실적 발표] 주가 끌어올리기 한계 .. 증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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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을 빠져 나가는 첫번째 교각'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한 애널리스트의 평가다.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적자를 포함, 3.4분기에 사실상 영업적자를 냈다고 발표함으로써 세계 반도체산업 불황의 정도를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수준의 의의를 찾을 뿐이다.
시장의 관심인 IT(정보기술)산업 사이클의 바닥 확인은 여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22일 등락을 거듭하다가 결국 전날보다 0.29% 내린 16만9천5백원으로 마감, '좀 더 지켜보자'라는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했다.
◇ 현실화된 우려, 그러나 예상된 수준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영업이익 1백82억원은 사실상의 적자"라고 말했다.
분기에 7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회사에서 회계상의 조정으로 가능한 이익 규모라는 얘기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적자 규모가 3천8백억원으로 증권가 예상치보다 다소 컸지만 전체적인 실적 수준은 시장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게 대체적인 평이다.
정보통신 부문의 호조가 삼성전자로 하여금 반도체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가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오히려 더 적나라한 적자 정도를 보여줘야 했다는 역설적인 주장도 제기됐다.
대우증권 전병서 조사부장은 "전분기 1조5천억원 수준이었던 판매관리비가 1조2천억원 정도로 줄었다"며 "비용의 일부가 4.4분기로 이연됐다는 추론이 가능하고 1백82억원 영업이익은 시장에 의구심을 줄 수 있는 실적 발표"라고 말했다.
◇ 상승 모멘텀엔 역부족, 하락 리스크에 주의 =이번 실적 발표가 삼성전자 주가에 상승 모멘텀을 주기엔 역부족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삼성증권 임홍빈 테크 팀장은 "64메가 기준으로 14억개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실적은 결국 반도체 경기에 직접적으로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정보통신 부문의 매출 비중이 늘고 있긴 하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피니언 하이닉스 등 후위 경쟁업체들의 덤핑 우려가 커진 점도 반도체 경기불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우증권 전 부장은 "이연된 비용 계상과 덤핑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4.4분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17만원대까지 회복된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모멘텀을 구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 1위 프리미엄에 희망 =삼성증권 임 팀장은 그러나 "삼성전자의 영업손실률이 경쟁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보다 30∼40% 좋게 나와 우월한 생존능력을 보여줬다"며 "1위 업체의 프리미엄에 주목하는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행태상 주가의 하락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기업들이 악화된 실적을 발표해도 시장의 컨센서스와 대체로 일치하면 크게 실망하지 않는게 최근의 경향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주가 연계성이 최근 들어 현격히 약화되고 있고 인텔과 AMD, 델과 컴팩 등 각 업종 1,2위 업체의 주가가 점차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신증권 민후식 연구위원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상반기 20∼24%에서 30%대로 확대됐다"며 "경기 반전시 삼성전자가 향유할 이익의 파이가 크다는 점에서 주가는 하방경직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4만∼17만5천원대의 박스권 횡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