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궁·정자지구 일대 3만9천평에 대한 용도변경과 자금출처 등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의혹은 부동산개발사업 현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신도시개발 택지지구지정 등의 정보를 사전에 얻거나 쓸모없는 땅을 용도변경해 노른자위 땅으로 바꿔놓으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백궁·정자지구의 경우 의혹의 쟁점은 땅의 용도변경 과정과 땅을 매입한 중소건설업체의 자금출처가 모호하다는데 집중돼 있다.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땅의 용도변경 시점을 전후해 일어난 일 가운데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 눈에 띈다고 지적하고 있다. ◇땅 매입 자금 어떻게 조성됐을까=H개발은 당시 매매가의 10%인 계약금 1백59억원중 대부분을 지분매각 등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H개발 대표인 H씨는 계약금 전액을 조달할 능력이 없어 주변의 인맥을 활용해 매입키로한 땅의 개발사업과 관련한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의 자본금을 가진 H개발은 이같은 방법을 이용해 거액의 계약금을 무리없이 마련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H개발의 지분을 매입한 사람 가운데 정치권 실세의 포함여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H개발이 부지매입 계약금을 치르고 난뒤의 사업진행은 비교적 순탄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의 민간주택건설 방식이 시행사가 대지선정과 계약금을 치른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제의하면 시공사가 사업성을 검토해 자금대여와 지급보증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그후 아파트를 분양한 뒤에는 아파트 계약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사업진행이 순조롭게 이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용도변경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을 놓고 '용도변경정보 사전유출' '정치권 실세 개입'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H사는 그후 국내 굴지의 H,D건설을 통해 수백억원을 차입했다. ◇용도변경 과정 의혹=의혹은 문제의 땅을 99년5월 H개발이 매입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이 땅의 용도변경에 소극적이던 성남시가 도시설계변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성남시는 포스코개발이 땅을 토지공사에 반납한 99년말 도시설계변경에 관한 공람공고를 내고 지난해 4월 용도를 변경했다. 대형건설업체가 거액의 위약금을 물고 포기한 땅을 자금여력이 취약한 중소건설업체가 사들이고 난 후에 용도변경이 본격적으로 이뤄졌으며 이 업체는 결과적으로 지난해 아파트 분양을 통해 막대한 개발이익(2천억원정도로 추산)을 얻었다. 성남시는 토지공사가 98년3월 용도변경을 요청할 때만 해도 '기반시설 부족'을 이유로 반대했다. 성남시는 이에 대해 분당의 상업용지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토지공사가 기반시설 확보방안을 마련해 용도변경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외부의 압력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