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각종 단체나 공사 등이 법에도 없는 수수료와 회비 등을 부과하는 등의 소위 유사 행정규제 2백20건이 내년 2월까지 대폭 정비된다. 또 산업자원부와 기술표준원이 시행중인 고시 예규 등 법령의 하위규정 4백22건도 올해안에 통폐합된다. 산자부는 일선 기업들의 경영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이같은 내용의 '하위규정 및 유사 행정규제 종합정비안'을 18일 발표했다. '공무원보다 더하다'는 비난을 받았던 소위 민민(民民) 규제가 혁신되는 셈이다. ◇ 주요 규제 사례 =유사 행정규제는 △법령에 근거없는 규정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불합리한 규정 △지나치게 세분화되거나 공개되지 않은 규정 등 세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은 전기용품 안전인증을 신청하는 기업에 법적 근거가 없는 설문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는 귀금속보석판매사에게 법령에 없는 교육 의무를 부과하고 수수료를 받아 왔다. 원사직물시험연구원도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도 수수료를 1인당 40만원씩 받고 있다. 또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은 중소기업 우수제품마크를 신청한 업체로부터 인증비용으로 최고 1천5백만원을 징수해 왔다. 산자부는 중소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이들 수수료와 인증비용 등을 폐지하거나 대폭 내리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무역협회는 회원이 탈퇴할 경우 이미 납부한 회비를 전혀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회비는 앞으로 가입한 기간을 월 단위로 정산, 회원이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했다. 또 대한광업진흥공사는 광업자금 지원규정을 관리규정 시행세칙 운용지침 등 8개로 세분화해 이용자의 혼란을 초래했으나 앞으로 1개 규정으로 단순화된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은 그동안 승강기 검사와 관련된 규정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내년부터 문서와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지적받았다. ◇ 향후 추진계획 =산자부는 지난 7∼8월에 실시한 '기업활동 규제와 애로사항 실태조사'의 후속작업으로 두달간 51개 산하 기관과 단체 공기업 등의 행정규제를 조사한 결과 불합리한 유사 규제가 2백2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부의 행정업무를 위탁받은 산하 기관(민간기구 포함)들이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자부는 이들 유사 행정규제를 내년 2월까지 산하기관들의 정관 변경 등을 통해 정비할 계획이다. 이중 30건은 상위 법령에 근거를 마련하고 나머지는 보완(1백43건)하거나 폐지(47건)키로 했다. 또 연말까지 산자부와 기술표준원의 고시 공고 훈령 예규 등 하위규정 가운데 2백79건을 18건으로 통폐합하고 15건을 폐지키로 했다. 이를 통해 하위규정을 4백22건에서 1백46건으로 대폭 줄이고 내용도 알기 쉽게 고쳐 기업들이 관련 규정을 보다 쉽게 이용토록 할 방침이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