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려야 나라가 산다] 제2부 : (9) '공장 인.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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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J사는 공장증설을 위해 지난해 대만업체로부터 1백만달러를 들여오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전자부품업체인 이 회사는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직원들도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계약 체결의 기쁨도 잠시.
공장증설 허가를 받기 위해 해당관청을 찾은 사장 A씨는 청천벽력같은 답을 들었다.
"수도권 공장 건축은 정부가 총량으로 규제하고 있어 당분간 증설은 불가능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A씨는 믿기지가 않았다.
외자유치가 지상과제처럼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자본을 도입키로 계약까지 맺었는데 법적으로 공장 증설이 불가능하다는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만업체는 세부계획을 보내달라고 재촉했다.
A씨는 건설교통부를 비롯한 관련부서에 민원을 넣었다.
한달이상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대답은 똑같았다.
J사는 결국 대만업체와의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공장하나 세우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98년 우리는 다우코닝을 통해 뼈저린 경험을 한바 있다.
당시 다우코닝은 한국에 2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규제가 너무 많다는 점을 이유로 말레이시아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한 세미나에서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것은 총탄이 쏟아지는 지뢰밭에서 전쟁을 하는 것 같다"고 한국의 규제를 성토한 적도 있다.
정부는 그 뒤 수많은 규제개혁을 단행했다.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차를 단순화했다.
적어도 정부 발표로는 그렇다.
그러나 J사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규제완화는 산업현장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규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산업자원부와 함께 3백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규제실태 조사 결과가 이를 잘 나타내준다.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46.4%는 공장설립이나 입지선정등과 관련된 제도적 규제가 다소 완화됐다고 대답했으나 53.6%는 되레 더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역시 공무원들의 적극성 부족을 손꼽았다.
공장 유치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 때문인지 인허가 과정에서 급행료를 요구하기 일쑤고 서류 보완을 요구하거나 법률해석 지연 등으로 공장 설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
지난달 여수지역에 공장을 준공한 T사는 공장 설립 승인을 받는데만 5개월 걸렸다.
각 지자체에는 공장설립 민원실이라는 것이 설치돼 있으나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들은 민원실을 통해 설립신청을 내지만 환경 안전 등을 담당하는 8∼10개부서의 공무원들과 개별 접촉을 해야만 승인을 받을 수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충청남도의 S사는 올해초 부도난 공장을 경매로 취득해 공장 설립 허가를 신청했지만 관련 부처간 법 해석 차이로 공장 설립이 약 3개월째 지연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S사 관계자는 "공장을 짓기위해 관청을 드나들다보면 레드 테입(불필요한 관료주의)의 심각성과 공무원의 숫자와 업무를 비례하지 않고 공무원들은 서로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일을 늘린다는 소위 파킨슨의 법칙이 왜 나왔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허가를 두세번 받아야 하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공장 설립 승인을 받은 뒤 다시 건축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공장설립 승인과 건축허가에 필요한 자료는 대부분 내용이 비슷한데도 별도로 허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20일 이상 불필요한 시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대기업의 공장건설에 대한 규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기업의 경우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공장을 새로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자연보전지역에는 면적이 1천㎡ 이내인 경우에 한해 공장을 지을수 있으며 성장관리권역에는 공장신설이 원천봉쇄돼 있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원가절감 및 공장시설 합리화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어 놓은 것이다.
또 하나의 족쇄는 수도권 공장건축 총량제.
매년 수도권지역에 공장건축 총 허용면적을 고시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건축허가를 규제함으로써 기업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없게 돼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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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이희주 산업부장(팀장) 박주병 손희식 차병석 김준현 김홍열 김용준 오상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