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유공급의 40% 정도를 담당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OPEC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감산 불가피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OPEC의 실질적 살림을 맡고 있는 알리 로드리게스 사무총장은 '조만간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스위스를 방문중인 차베스 대통령은 8일 "유가하락을 막기 위해 OPEC가 원유생산량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자들에게 "OPEC 회원국 지도자들을 상대로 유가방어에 동의하라는 압력을 넣을 것"이라며 "감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순방길에 로드리게스 사무총장을 비롯해 알제리 지도층을 만날 예정이다. 반면 로드리게스 사무총장은 이날 런던에서 베네수엘라의 유니언라디오와 회견을 갖고 "현재로선 OPEC가 감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공격에 따른 세계 원유시장 반응을 당분간 지켜볼 것"이라며 "OPEC는 원유 정책추진에서 선진국들의 경기 침체를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OPEC의 대변인도 이날 "유가 약세를 만회하기 위한 산유량 조정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PEC는 올 들어 세차례에 걸쳐 하루 원유생산량을 3백5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차기 OPEC 석유장관 회담은 내달 14일로 예정돼 있지만 유가 상황에 따라 회동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