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구조조정의 해법은 "마음 터놓기"에 있나 보다. 법정관리에서 졸업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눈물과 땀"이 수반돼야 하고 그러자면 조타수와 구성원간 활로(活路)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구명준 극동건설 법정관리인 겸 대표(59)는 그런 점에서 모범답안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하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가 처한 상황을 가감없이 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노조의 협조를 구했으며,스스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다. 그 결과는 바로 실적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백31억원.이미 지난해 이익 60억원의 두배를 넘어섰다. 그는 극동건설을 이처럼 '구매할 가치가 있는 회사'로 만든 뒤 M&A(기업인수합병)시장에 던져놓았다. "현재 3개 투자회사와 인수합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오는 29일 최종 제안서를 받는데 조건이 가장 좋은 회사를 선정해 양해각서를 맺을 계획입니다. 일이 잘 풀리면 극동건설은 연말께 새 주인을 맞게 될거고… 그러면 저의 임무는 끝나는 거죠" 그는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사실은 '건설통'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던 지난 68년부터 10년간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주)한양 등 줄곧 건설업계에서 지내왔기 때문이다. 그 건설통이 '극동건설호'의 키를 잡았을 때 그린 밑그림은 '최단 시일내 인수합병'이었다. 그 이유를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건설회사 수주는 크게 관급공사와 아파트건설같은 민간공사 두가지로 나눠집니다. 그러나 법정관리 회사는 금융권 지원을 못받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민간공사는 엄두도 못냅니다. 결국 관급공사 수주밖에 없는데 이것 역시 재무구조가 나쁘다는 이유로 입찰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죠.한마디로 건설회사와 법정관리는 '상극(相克)'입니다" 사실 건설회사의 M&A에 관한한 그는 '검증'을 거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울트라콘에 매각된 유원건설의 법정관리인이 바로 구 대표였고 이 사례는 지금까지 법정관리 건설회사 중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로 남아 있다. 물론 M&A를 위해서는 전제가 있다. 구조조정이다. 이곳에 와서도 임원 12명중 8명을 내보내고 30개 부서 중 20개 부서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노조의 공감이 없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그는 철두철미 '투명경영'을 내세웠다. 노조 집행부를 포함한 직원들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나고 회사 실상을 정확히 알려 협조를 이끌어냈다. 그 자신도 사심없이 헌신했다.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를 비롯해 전국 50여개 현장을 불과 두달만에 '완주'한 것도 '내가 뛰지 않으면서 어떻게 직원더러는 뛰라고 하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구 대표는 인터뷰 도중 시계를 들여다보고는 "강원도 인제 현장으로 떠날 시간"이라고 했다. 야간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그는 "투명경영의 일환"이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