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적자 반전인가, 적자 기조로의 전환인가' 경기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IMF체제 극복의 일등공신이었던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반전돼 걱정거리가 한가지 더 늘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로 잡았던 1백30억달러 달성이 어려운 것은 물론 흑자 규모가 1백억달러를 넘기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27일 긴급 차관회의를 열어 경상수지 대책을 논의했다. 미 테러사태 여파로 경기의 장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와중에서의 경상수지 적자 반전은 정부에 그만큼 충격을 안겨줬다. ◇ 적자반전 원인 =무엇보다 수출부진으로 벌어들인 돈(무역수지 흑자)은 줄고 휴가와 방학 등을 맞아 나가서 쓴 돈(서비스수지 적자)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무역흑자는 지난달 7억2천만달러로 1월(3억6천만달러)을 빼곤 올들어 가장 적었다. 서비스수지는 연중 최대 적자(7억6천만달러)를 냈다. 특히 여행수지 적자(3억4천만달러)는 외환위기 직전인 97년8월(3억8천만달러)이후 최대이고 여행 유학 등으로 해외에 나가 쓴 돈은 9억달러로 사상 최대다. 경기가 나빠졌음에도 8월에만 64만8천명이 출국했다. 여기에다 올해 2단계 외환자유화 이후 해외송금이 서서히 늘면서 지난달 경상이전수지가 1억8천만달러 적자를 낸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송금 등 해외지급액은 1∼8월중 43억8천만달러(전년동기 37억4천만달러)에 달했다. ◇ 적자 지속될까 =한은은 일단 일시적인 적자로 보고 있다. 이달들어 미 테러사태로 경기위축을 예상했지만 수출이 예상만큼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단 9월 경상수지는 흑자 전환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그동안 무역흑자로 버텨온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7개월째 수출감소로 흔들리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경기 회복이 어려워 흑자를 내더라도 아주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1∼8월중 경상흑자가 70억8천만달러에 그쳐 연말까지 1백억달러도 버거워 보인다. ◇ 대책은 있나 =정부는 이날 차관회의에서 수출지원대책을 철저히 이행하고 관광시설 확대, 교육환경 개선 등 적극적인 서비스산업 확충으로 서비스수지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당장 수출이 어려운데 실행이 요원한 대책만 나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상적자 요인을 들여다 보면 주로 낙후된 서비스산업의 영향이 컸다. 유학 연수 관광 브랜드 로열티 컨설팅비 등에서 적자를 키운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보다 경기가 나빠졌지만 해외여행 등 소비는 변함없어 경기회복이 더디면 적자기조로 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