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선물시장정책의 혼선..김무성 <부산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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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내년부터 선진금융상품인 개별주식선물과 옵션이 도입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홍콩거래소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주식을 대상으로 개별주식선물 및 옵션을 상장하겠다고 발표하자 '우선 불만 끄고 보자'는 임기응변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걱정되는 것은 이번 조치가 현·선물 분리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혼선으로 비쳐져 국민의 대정부 신뢰성이 손상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또 정책의 파급효과에 대한 고려 없이 향후 선물시장 일원화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많은 증권거래소의 파생상품 추가상장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 1995년 선물거래법 제정 당시 국내에 종합적인 선물시장 설립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지수선물과 옵션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은 현실론에 따른 것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물거래소 설립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물거래소가 상장주식 관련 선물 뿐 아니라 상장ㆍ비상장주식을 포함하는 지수상품을 취급할 수 없어 선물시장 발전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증권거래소에 신상품을 허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가 발표한 대로라면 상장주식 대표종목의 개별주식선물과 옵션은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2004년 1월에 이 상품을 선물거래소로 이관한다는 것인데,이같은 정부의 결정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알면서도 내린 것이라면 충격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2년간 사용하기 위해 증권업계가 불필요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증권거래소와 증권전산 뿐 아니라 국내 전 증권회사가 단 2년간 사용하기 위해 전산개발투자를 해야 하고,이 투자는 선물거래소로 이관되는 시점에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증권사별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시스템개발비를 부담해야 한다.
둘째,?선물시장 일원화?라는 정책의 실현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증권거래소는 개별주식선물·옵션을 취급하기 위해 추가적인 인적·물적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2004년 이관할 때 논란의 소지가 더 커지게 되었다.
증권거래소에 새로운 파생상품 상장을 허용한 것은 정부가 개정의 여지가 충분히 있는 시행령 문구를 방패삼아 정책의 실효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셋째,선물업계 입장에서 본다면 개별주식옵션이나 선물 모두 분명한 파생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선물업계의 참여를 배제하는 새로운 현실을 정부가 초래했다는 점이다.
KOSPI200주가지수선물과 옵션은 선물거래소 개장 이전에 상장되어 그렇다 치더라도 새로 상장되는 파생상품을 선물업계는 할 수 없고 증권업계만 취급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넷째,상장주식의 개별주식선물과 옵션은 증권거래소가 취급하고 코스닥주식의 개별주식선물과 옵션은 선물거래소가 취급한다고 발표했지만,현실적으로 코스닥주식은 상장주식에 비해 자본금이나 거래량이 현저히 적어 사실상 선물거래소에 상장할 종목은 거의 없을 것이란 점이다.
언뜻 보기에는 양 시장에 모두 허용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선물회사와 선물거래소에는 개별주식선물과 옵션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선물시장 육성의 발걸음이 또 늦춰지게 됐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개정할 수 있는 법령 문구만을 내세우면서 정책집행의 합리성과 일관성을 외면한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는 2004년 새로 상장되는 상품도 포함하여 선물거래소로 이관한다고 약속한 점에서 정책의 일관성이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지금까지의 모호한 정책시행과정을 보면 과연 이 공언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온 국민이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을 헤지할 수 있는 시장의 개설을 요구하기 전에 선물시장 발전이라는 원래의 정책목표에 충실한 정부의 선물시장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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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