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동통신은 지난 96년 미국의 통신서비스업체인 넥스트웨이브텔레콤에 투자했던 지분 1백66만주를 처분,1백32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내년에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무보증회사채 2백50억원을 갚기에는 현재 자금사정이 나쁘지 않지만 최근 대표이사 교체를 계기로 수익성위주의 신규사업을 준비하는데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코스닥등록기업인 A사 최모 사장(47)도 최근 알토란같던 투자기업의 주식을 처분했다. 자금을 대출받으려 은행에 들렀다가 대출기준 미달이어서 고금리를 감수해야 한다는 담당자의 말에 힘없이 발길을 돌린 뒤였다. 코스닥기업들이 투자목적이나 사업확장을 준비해 투자해 두었던 장외기업의 지분을 처분해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자금사정이 어느때보다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분을 정리하는 기업들의 처분목적도 신규투자자금재원,투자지분 정리,재무구조개선,유동성확보,차입금상환 등 다양하지만 속내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서둘러 현금을 확보해 놓자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투자지분 처분 잇따라=하반기들어 타법인 출자지분을 처분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에서 직접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기존 투자기업의 주식처분이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루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코스닥증권시장(주)에 따르면 지난 7월에 6개사,8월에 8개사,9월에 10개사가 타법인에 출자한 지분을 처분했다. 휴먼이노텍은 지난 18일 장외 섬유업체인 광덕물산의 주식 32만주를 19억원에 처분했다. 이에 앞서 산업할부금융 지분도 9억원에 처분하는 등 올들어 타법인 출자지분을 처분해 38억원을 마련했다. 회사측은 유동성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디지틀조선도 지난 25일 축구전문 인터넷포털사이트인 코리아이스포츠 지분 8만주를 2억원에 매각하는 등 모두 6개 투자기업의 지분을 처분해 15억원을 조달했다. 쌍용건설도 차입금상환을 통한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지난 14일 열병합발전및 지역난방업체인 오산에너지 주식 3백만주를 처분,1백51억원을 마련했다. 이밖에 창흥정보통신(12억원),솔고바이오(8억원),코네스(19억원),인네트(60억원) 등도 신규사업진출을 위한 투자자금확보와 운영자금마련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투자기업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SK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단순투자목적외에 기업의 장래와 연관되는 투자기업의 지분을 처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이같이 지분처분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이용호 파문'의 여파로 주요 자금줄이었던 해외주식연계채권 발행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이용호 사건을 계기로 금감원 등 감독당국도 해외CB·BW발행에 대해 신중을 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당분간 코스닥기업이 해외주식연계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시장과 마찬가지로 국내시장에서의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다. 시장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해도 실권주가 속출하는 상황에 기업들은 당황하고 있다. 실제로 대아건설 이네트 등 최근 유상증자를 실시한 기업들의 경우 상당부분의 실권주식이 발생해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창 잘나갈때는 신경쓰지 않던 금융기관에서도 푸대접이 이만저만 아니다.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 관계자는 "자금조달이 예전같지 않아지면서 코스닥기업들이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며 "하반기 부도도미노 등 악성루머가 떠돌면서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