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금주중 아프가니스탄 인접국에 주력부대를 배치하기로 한 것은 '21세기 첫 전쟁'이 미국과 영국 주도로 치러질 것임을 예고케 한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이와 관련,10일 내로 미·영이 이끄는 다국적 연합군의 군사작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23일 보도했다. 다른 나라들은 수송 의료 등 후방지원을 맡는 대신 양국이 선봉에 나선다는 얘기다. 미국은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이미 특수부대원을 비롯한 수백명의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영 양국이 공동으로 특수부대를 이미 아프간에 투입,탈레반 군사들과 교전을 벌였다는 외신이 보도되고 미국의 무인정찰기가 아프간 상공에서 실종된 것으로 공식 확인되는 등 아프간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은 사실상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3일 빈 라덴이 이번 테러의 배후라는 믿을 만한 증거를 문서로 제시하겠다고 밝혀 본격적인 아프간 공습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테러배후 조종혐의를 비롯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알카에다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백서가 곧 출간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아프간 이외 다른 국가도 공격할 수 있다고 이날 말했다. 이라크를 동시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 미·영의 주력부대가 아프간 인접국으로 배치되기 시작한 데는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의 협조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조시 W 부시 미국대통령과 통화를 한 후 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간 주변 중앙아시아 5개국의 지도자들과 전화회담을 해 대테러전쟁과 관련한 군사공조를 논의했다. 미군이 구소련 지역에 주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아프간 주변국 상황이 미국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아가지만은 않고 있다. 파키스탄과 함께 탈레반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군사기지 사용을 불허할 방침을 밝혔고 이에 대해 파월 국무장관이 협의중이라고 반박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군사기지 사용을 허용한 파키스탄에서는 이슬람세력이 사상자가 발생한 유혈충돌까지 일으켰다. 이어 이들은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저지하겠다며 국경으로 집결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내전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테러전쟁의 선봉에 선 미국과 영국은 자국내 테러위협이 커질 것에 대비,경계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23일 생화학 테러위협에 대비해 모든 농약살포 비행기의 운항을 금지하는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의 보안 강화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영국은 신분증 제도를 도입키로 했으며 런던에 1천5백명의 경찰을 추가 배치했다. 오광진·송대섭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