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악재에 무기력한 천수답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테러사태로 경기부진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뉴욕 증시는 나흘째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투매를 자제하라는 '캠페인'을 펴고 있고 한국은행은 금리인하와 대대적인 통화공급을 펴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뉴욕증시의 악재 앞에 무기력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이윤학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차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 가능성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고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개선보다는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별 종목중심의 접근보다는 시장 전체를 염두에 둔 보수적 시장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21일은 미국의 트리플위칭데이로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성모 동원경제연구소 투자분석실 차장도 "현재 일주일새 1조원 이상 예탁금이 유입되고 있어 유동성 효과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나 이는 단기 투기성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며 서둘러 매수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21일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10시 25분 현재 14.20포인트, 2.96% 하락한 466.07을 기록중이다. 코스닥지수는 2.20포인트, 4.46% 하락한 47.16으로 상황은 더 심각하다. 거래소 하락 종목은 637개로 상승종목 138개를 압도했다. 코스닥에서도 상승은 59개로 하락종목 583개의 1/10에 불과하다. 거래소 시가총액 1위종목 삼성전자는 7.46% 하락한 14만2,500원을 기록하며 지수를 누르고 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전날 6% 넘게 하락한 데다 북미지역 반도체 주문출하 비율 악화로 경기 바닥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주가를 '지하'로 끌어내렸다. 내수종목이라는 장점이 부각돼 연 사흘 외국인들의 집중매수로 상승세를 달렸던 통신주마저 꺾였다. 한국통신과 KTF, LG텔레콤은 1~4% 하락중이다. SK텔레콤만이 1% 이하의 강보합세를 지키고 있다. 포항제철은 미국 테러 여파로 철강경기 회복시점이 불확실한데다 수급 또한 지탱해주지 못해 6.84% 하락한 7만4,800원을 기록중이다. 연중 최저 수준이다. 흥창의 부도에 따른 은행주 영향은 크지 않았다. 흥창의 금융권 여신은 은행권 1,010억원이며 각 은행별로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2억원을 흥창에 빌려줘 서울은행 다음으로 보유여신이 많은 한미은행은 현재 2.77% 하락해 시장 전체 하락율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보유 여신이 없는 조흥, 주택, 하나은행은 오히려 2~5% 내림세다. 전날 3개사로 분리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해 상한가를 기록했던 코오롱 상사는 이날도 오름세다. 코오롱 건설 역시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반면 코오롱, 코오롱유화, 코오롱정보 등은 하락세로 반전했다. 등록후 6일간 상한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안철수연구소는 기관 물량이 대거 출회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며 약세로 돌아섰다. 현재 1.98% 하락중이다. 장미디어, 퓨쳐시스템 등 다른 인터넷 보안주도 악질 님다바이러스 창궐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하한가 가까이 떨어졌다. 다른 아시아지역 증시도 급락했다. 같은 시각 일본 닛케이 225주가지수는 3.82% 하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는 2.84% 빠졌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