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개장초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했던 환율이 매수세의 공세를 떨치지 못하고 1,300원에 올라섰다. 달러/엔 환율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 채 내부의 불안요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 아래쪽에서는 정유사 등을 중심으로 한 결제수요가 꽤 많으며 네고물량은 수출 부진으로 인해 규모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다음주 추석과 월말을 앞두고 자금수요와 네고물량 출회는 많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 강보합권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전날보다 2.50원 오른 1,30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장 막판 달러/엔의 반락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강화한 환율은 1,300원까지 올라 상승 기대심리가 팽배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7월 31일 1,300원에 마감된 이래 처음으로 이 선을 등정했다. ◆ 불안심리 깔고 1,300원대 시도 = 추가적인 상승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불안 등을 우려한 당국이 1,300원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시장 참가자들의 인식이 있지만 현재와 같이 미국의 보복공격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달러매수로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역시 다음주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여진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이 런던에서 꺼질 것으로 보고 달러를 팔다가 반대로 가는 바람에 달러되사기(숏커버)에 나선 것이 막판 환율을 끌어올렸다"며 "외국인이 주식을 빠져나가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이 일본은행(BOJ)의 개입으로 116엔대로 쉽게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월말 네고물량도 크지 않을 것 같다"며 "다음주 거래는 1,294∼1,310원 범위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미 경기와 상관계수가 높은 원화 사정을 감안하면 대세는 밑이 강하게 지지되고 있다"며 "수출이 줄고 자금수요도 많지 않아 1,305원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대세는 인정하되 다른 통화와 역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급락 가능성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달러 매수심리 견고 = 1,300원에 대한 강한 경계감이 있음에도 달러 매수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 개장가를 저점으로 기록한 이후 아래쪽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결제수요 등의 매수세는 오름폭을 확대하게끔 했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연일 팔자에 나서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날도 당초 정규거래에서 1,000억원 이상의 순매도에서 시간외 거래에서 데이콤을 집중 매수해 447억원으로 줄긴 했다. 미국 증시 불안에 따른 뮤추얼 펀드 환매 요구 우려가 외국인의 현금확보를 부추기면서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설명. 이에 따라 딜러들도 환율을 위로 보는 주요인으로 외국인의 순매도를 꼽고 있다. 이와 함께 역외에서도 꾸준하게 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반면 네고물량은 아직 눈에 띠지 않고 있다. 다음주 월말과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나 물량출회가 예상되나 규모가 크지 않을 듯. 반면 달러/엔 환율은 달러/원에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 20일 뉴욕장에서 7개월중 최저 수준인 116.24엔을 기록했었던 달러/엔은 이날 도쿄장에서 반등했다. 일본 시오카와 재무상이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외환시장을 지켜보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언하며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른 것. 달러/엔은 장중 117.40엔대까지 오른 뒤 되밀려 오후 5시 4분 현재 116.81엔이다. 그러나 뉴욕 증시가 연일 하락하고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달러화를 약세로 몰고 가는데다 9월말 일본의 반기결산을 앞두고 일본 기업들의 본국상환을 위한 자금수요가 달러·미국채권 매도-엔화 매수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달러/엔의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 일본 정부의 개입이 하락을 제한하는 정도. 엔/원 환율은 이같은 엔화 강세-원 약세의 상반된 움직임으로 인해 장중 100엔당 1,114.81원까지 올라섰으며 1,111.21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4일 1,128원이후 가장 높은 수준.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3.50원 내린 1,294원에 출발했다. 역외선물환(NDF) 환율이 개장초 1,300원대에서 달러/엔 하락을 타고 내림세를 보이며 1,296/1,298원에 마감하고 달러/엔이 116엔대로 급락한 것을 반영한 셈. 그러나 다음 거래가 1,295.50원에 체결되며 낙폭을 줄인 환율은 차츰 레벨을 올려 10시경 1,297.70원으로 전날 마감가대비 오름세로 전환했다. 이후 환율은 10시 33분 1,298.20원까지 올라선 뒤 달러/엔의 117엔대 돌파로 강보합을 유지하면서 1,297.7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내린 1,297.6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한동안 1,297.50∼1,298.10원 범위를 거닐었다. 이후 환율은 달러 매수가 편하다는 시장 심리를 반영하며 레벨을 높여 2시 50분경 1,298.80원까지 오른 뒤 소폭 되밀려 1,298원선에서 옆걸음쳤다. 환율은 그러나 달러/엔과 상관없이 매수세가 유입되며 4시 15분경 1,300원으로 고점을 거듭 경신하고 마감까지 1,299원선을 거닐었다. 장중 고점은 1,300원, 저점은 1,294원으로 변동폭은 6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이번주 내내 주식순매도에 힘을 쏟았다. 이날도 거래소에서 정규 거래에서 1,575억원에 이르렀다가 시간외 매수에 따라 447억원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에서는 5억원의 순매수였다. 자금 이탈 징후까지는 아니지만 이같은 순매도 행진은 시장 참가자들의 환율 상승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향후 외국인 매매 추이를 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7억4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7,32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3,510만달러, 1억7,000만달러가 거래됐다. 22일 기준환율은 1,298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이달 들어 20일까지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6억5,9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 기간동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4% 감소한 71억6,300만달러, 수입은 7.3% 준 78억2,2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