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콜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즉각 예금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한은 발표가 무섭게 한빛·신한은행이 1년만기 정기예금금리를 0.3∼0.5%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인하대열에 동참할 태세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콜금리 인하에 예금금리 인하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수익성을 따져야 하는 은행입장에서는 당연하다 할 수 있다. 몰려드는 돈을 굴릴데가 마땅치 않아 고심해 왔던 은행들로서는 시중 실세금리가 추가로 하락함에 따라 예금금리 인하가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금금리 인하에는 발빠르게 대응한 반면 대출금리 인하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매우 대조적이다. 은행입장에서는 대출금리를 예금금리 인하에 상응한 폭으로 신속하게 인하하지 못하는데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기존 대출중 상당부분은 고정금리로 묶여 있는데다 부실위험에 따른 충당금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인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실세금리 연동상품의 경우에도 실무적인 준비 등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금년들어 콜금리 인하로 촉발된 금리하락 과정에서 이 핑계 저 핑계로 대출금리 인하에 인색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금년 상반기 사상최대의 순익을 올린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은행의 건전성만 놓고 보면 무조건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대마진율이 2.84%포인트(신규대출)∼3.62%포인트(기존대출)로 비교적 높은 수준에 있다고는 하나 과거부실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경기침체에 따른 추가부실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대책으로 나온 연이은 콜금리 인하는 대출금리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부작용만 클 뿐 그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완화와 개인의 이자부담 경감을 통한 투자촉진 소비증대 주가상승이라는 선순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반면 이자소득 감소로 경기를 되레 위축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대출금리를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하지만 우리나라 대출시장은 아직도 경쟁제한적인 요소가 많다는 점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프라임레이트의 탄력성 확보,시장연동형 상품에 있어 대출자 권익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부터 따져 시장의 힘에 의해 대출금리가 인하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