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광대역) 서비스는 한국이 최고' 올들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비롯한 세계 기구와 언론들은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최강국으로 한국을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인구대비 초고속인터넷 사용자수는 물론 그 증가세, 이를 기반으로 한 한국 인터넷산업의 급성장에 대해 놀라워 하고 있다. 그래서 반도체 CDMA에 이은 '한국 대표 상품'으로 초고속인터넷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오는 2005년까지 현재의 ADSL보다 10배 빠른 전송속도 20Mbps급의 초고속망(VDSL)을 전국 84%의 가정에 보급해 초고속인터넷 강국의 면모를 계속 지켜 나갈 방침이다. 초고속인터넷 세계 1위 =지난 4월 발표된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사용자는 1백명당 9.2명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캐나다(4.5명), 미국(2.3명), 오스트리아(1.7명)가 그 뒤를 이었다. 현재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8월말 기준으로 6백76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급성장세가 조금은 둔화됐지만 월평균 25만명씩 늘어나고 있어 연말까지는 7백7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은 한국이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한지 2년도 채 안돼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선 배경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드라이브 통신시장의 경쟁체제 높은 인구밀도 등이 한국을 초고속강국으로 이끈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요시오 우츠미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사무총장은 특히 "한국이 어떤 규제정책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한국정부의 정책이 하나의 '벤치마킹' 대상임을 시사했다. 사실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것은 단지 서비스 가입자 비율이 가장 높다는 측면만은 아니다. 광대역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산업의 저변과 그 경쟁력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디지털 미디어, 쌍방향 TV, 각종 인터넷 솔루션과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배경을 바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에서 찾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외에도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정보화 수준, 정보에 대한 습득능력, 업무 효율성 등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주요 업체의 경쟁상황 =지난 8월말 기준으로 한국통신 '메가패스' 가입자는 3백33만명(49.3%), 하나로통신 '하나포스'는 1백74만명(25.8%), 두루넷 '멀티플러스'는 1백13만명(16.8%)으로 '빅3'를 형성하고 있다. 이밖에 후발그룹으로는 온세통신 드림라인 데이콤 SK텔레콤 등이 있다. 현재 SK텔레콤의 '싱크로드'는 이달중 두루넷으로 인수될 예정이고 하나로통신은 드림라인의 초고속인터넷 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국내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업계가 '빅3' 업체 중심으로 구조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업체별로는 한국통신은 기존 전화망을 활용한 ADSL, 하나로통신은 ADSL과 케이블모뎀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두루넷은 지난해까지 케이블모뎀으로만 서비스를 해왔으나 ADSL 시장의 성장세를 따라잡기 위해 올들어 ADSL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국내에서는 사업자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과잉.중복투자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제리 하우스만 교수(미 MIT) 같은 광대역서비스 전문가들은 과잉.중복투자가 초고속망의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라며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국통신 경영연구소의 민태기 박사는 "과잉.중복투자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미 깔린 인프라를 바탕으로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을 찾아나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초고속인터넷 관련 장비산업의 균형발전과 원천기술의 국산화를 통해 해외에 우리의 서비스경험과 고품질의 장비를 패키지로 수출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이와 함께 웹캐스팅, VOD(주문형비디오), 원격교육 등 멀티미디어 고속 인터넷 가입자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관련산업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