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방경제도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잇따른 부도와 폐업사태로 지방경제에는 불황의 그늘이 커다랗게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올해 2.4분기들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지방경제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거나 독특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기업중엔 고속 성장을 구가하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토비스(3차원 입체 모니터) 물론닷컴(인터넷 대출중개) 미륭산업(산업용 레일) 삼창기업(원자력 계측제어) 한국아이엔전자공업(전기 및 전자계측기) 발저스한국코팅(티타늄코팅)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IT(정보기술) 생명공학 등 첨단업종에 속한 기업들도 최고 경영자의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구출할 특공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지방경제 동향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의 어음부도율은 지난 4.4분기 0.37%에서 올해 2.4분기에는 0.23%로 크게 낮아졌다. 이 기간 부도업체수도 1천9백36개에서 1천3백35개로 31% 가량 줄어들었다. 물론 국내 대표산업인 반도체 가격의 하락과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자동차 현대투신증권 등 '3대 현안'이 여전히 안개 속에 갇혀 있는데다 미국 본토에 대한 동시다발적 테러로 세계 경제가 불안에 떨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극단적인 사태를 배제할 경우 조만간 경기회복 기미가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실제로 부산.경남지역의 경우 조선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부산이 지난 4.4분기 7.3%에서 올해 2.4분기 15.4%로, 경남이 지난해 3.4분기 4.9%에서 올해 2.4분기 15.2%로 각각 뛰었다. 서울 경기 대구 경북 대전 충남 전남 경북 제주 강원 등도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플러스 상태다. 반면 대우차 부평공장 매각에 진통을 겪고 있는 인천과 반도체 업체가 몰려 있는 충북의 제조업 생산은 올해 2.4분기에 각각 19.4%와 10.8% 감소했다. 한국은행 조사국의 오순상 지역경제팀장은 "전반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도 주력업종의 수출증가가 계속된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지역경제 =부산은 기존의 녹산공단과 신평.장림공단, 사상공단을 제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현재 조성중인 해운대 센텀시티를 첨단산업단지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울산은 벤처기업 유치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간 울산경제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현대자동차 현대정공 현대강관 등 대기업들이 채산성 악화에 따라 중국 등지로 생산거점을 옮겨갈 움직임을 보이는데 따른 자구책이다. 대구의 경우 외자유치나 외국계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케이스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모두 48개사가 해외자본을 유치,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충남은 대덕밸리를 중심축으로 벤처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전은 현재 7백여개인 벤처기업 수를 오는 2005년말까지 3천개로 늘릴 계획이다. 한편, 한국산업단지공단도 지난해말 산업구조 첨단화 방침을 정해 지방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전국의 공단을 IT산업 중심으로 재편해 '아날로그' 경제를 '디지털'화하겠다는 것이 산단공 첨단화 계획의 골자다. 산단공은 이를 위해 오는 2007년까지 총 1천9백62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