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떠난 구로에 첨단 IT '둥지' .. 첨단기업이 60%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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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아침 7시50분 서울 지하철 2호선의 구로공단역.
양복 정장이나 세련된 캐주얼 차림의 직장인들이 지하철역을 빠져 나와 출근길을 서둘렀다.
이들이 향하는 직장은 십중팔구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구로공단에 밀집해 있는 벤처기업이다.
구로공단 중심부엔 에이스테크노타운과 키콕스벤처센터 대륭테크노타운II 패션디자인단지가 나열해 있다.
주변엔 또 다른 벤처타운과 아파트형 첨단공장을 짓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첨단 벤처타운이 구로공단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구로공단이 바뀌고 있다.
과거 개발경제시대 '구로'의 주인이었던 피혁 섬유 신발 인쇄 전자공장등이 정보통신 반도체 소프트웨어 패션업종 벤처기업들에 자리를 내주었다.
1997년 6월까지만 해도 전체 공단 입주업체중 17.8%에 불과하던 첨단업체(산업단지공단 분류기준)들은 지난달말 현재 60.2%에 이르고 있다.
구로공단의 공식 이름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뀌었다.
구로공단 초입의 써니전자가 구로공단의 역사를 말해준다.
이 회사는 지난 66년 둥지를 튼 구로공단의 1호 입주업체다.
70년대 임직원수가 1천5백여명에 이르러 구로공단의 대표선수로 불렸던 써니전자의 임직원수는 현재 1백50여명에 불과하다.
노동집약적 사업부문이 동남아로 이전됨으로써 지금은 고도기술 사업부문만 구로에 남아 있다.
옛날 구로공단을 가득 메웠던 공장들은 인천의 남동공단이나 경기도 시화 및 반월공단, 멀리는 동남아국이나 중국으로 갔다.
산업단지공단의 박상봉 과장은 "80년대 들어 공단 외곽으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땅값이 치솟아 넓은 공장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전자 인쇄 섬유업체들이 대거 빠져 나갔다"고 설명했다.
대신 첨단업체가 굴뚝기업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예컨대 에이스테크노타운에 입주해 있는 카디날은 TFT-LCD(초박막액정화면) 모니터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가 사용하는 공간은 5백평 정도.
빌딩 한개 층의 절반 정도다.
5백평의 4분의 3을 생산라인으로 사용하고 4분의 1 정도를 사무공간으로 활용한다.
카디날의 최만식 이사는 "구로공단 벤처타운은 생산라인과 사무실이 공존하는 아파트형타운이어서 작업 효율성이 다른 곳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98년 입주이래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엔 72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첨단업체들이 구로공단을 선호하는 것은 효율성과 함께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 때문이다.
이곳 임대료는 서울 강남의 테헤란밸리보다 20%(산업단지공단 분석)이상 저렴하다.
반면 벤처타운이 최근 완공돼 초고속인터넷, 근거리통신망, 화상회의시스템, 케이블TV 등 첨단설비는 물론 육아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산업단지공단은 구로지역에 2010년까지 모두 1천1백여개 첨단업체를 유치한다는 장기플랜을 세웠다.
이효진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굴뚝산업 기반위에 첨단산업을 융합시켜 구로공단을 한국수출의 견인차로 변모시키겠다"고 큰 그림을 소개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