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연인.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여자. 아직도 이런 도식이 관객들에게 통할까 싶은데 비슷한 류의 러브스토리가 줄기차게 제작되는 것을 보면 관객을 끄는 묘한 힘이 있긴 있나보다. 이런 영화들은 주로 스타들에 의존하는 편. 지난 해 선보였던「뉴욕의 가을」도식상한 줄거리로 혹평을 면치 못했지만 매력적인 `노장' 배우 리처드 기어와 싱그러운 미모의 소유자 위노라 라이더를 앞세워 연인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올 가을 찾아오는「스위트노벰버」의 스타는 키아누 리브스와 샤를리즈 테론. 두 사람은 4년 전「데블스 애드버킷」에서 이미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키아누 리브스는 출세와 성공에 집착하는 일중독증에 걸린 광고회사 간부로, 샤를리즈 테론은 매 달 바꿔가며 남자를 사귀는 말괄량이 아가씨로 나온다.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시험을 치르던 넬슨(키아누 리브스)은 옆에 앉아있던 새러(샤를리즈 테론)의 답안을 훔쳐 보는데, 감독관은 새러가 커닝하는 줄 착각한다. 시험지를 찢긴 새러는 이 사건을 빌미로 넬슨에게 자신의 `11월의 연인'이 돼서 한달 간 동거해 줄 것을 요구한다. 핸드폰도 받지 말고 직장도 나가지 말랜다. 넬슨의 황폐한 영혼을 치료해주겠다는 게 그녀의 동거 요구 명분. 새러의 황당한 요구에 넬슨은 코방귀조차 안뀌더니 10월의 마지막 날, 직장에서도 짤리고 애인도 떠나가버리자 짐을 싸서 그녀의 아파트로 들어간다. 9월, 10월의 연인... 이런 식으로 넬슨은 자신이 새러의 수많은 남자들 중 하나라는 사실에 황당해 하지만 그녀와 있을 때 행복한 것만은 어쩔 수 없다. 행복이 절정에 이를렀을 때 불행은 서서히 고개를 드는 법. 활달했던 새러는 점차 시들해지고, 넬슨은 그녀의 찬장 속에 가득찬 진통제를 발견한다. 영화 중반까지는 두 사람의 기이한 동거가 어떻게 막을 내릴까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여주인공이 죽을 병에 걸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신파조로 돌아가고, 상투적인 줄거리를 답습한다. 1968년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샤를리즈 테론의 귀여운 표정도 점차 물리고, 키아누 리브스의 어눌한 말투도 귀에 거슬려 오는데 `스타의 힘' 만으로 두 시간 가량(러닝타임 1시간 55분)을 끌고 가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팻 오코너 감독. 28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