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상시구조조정 제도화는 끝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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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조정촉진법 시행령이 지난 15일부터 발효됨에 따라 상시구조조정체제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내부의 취약점을 없애기 위해 구조조정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당위성에 이견이 있을 수 없는 게 우리의 사정이고 보면 법시행에 거는 기대가 크다.
미국에 대한 사상 초유의 대규모 테러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비상시국을 맞은 터라 더욱 그렇다.
구조조정촉진법은 과거 부도유예협약 등이 채권단간의 이해갈등으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일부 채권단의 무임승차를 막고 빠른 시일안에 부실징후기업의 처리방향에 대해 결정을 내리도록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채권유예기간을 4개월 미만으로 정하고,총신용공여금액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 정상화계획이 일단 확정되면 반대하는 채권자는 일주일안에 매수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규정 등이 그런 예다.
그러나 새로운 법시행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한계 때문에 과연 효율적인 상시구조조정이 이뤄질지 아직은 낙관하기 이르다고 본다.
우선 외국 채권기관의 경우 국내지점을 통한 신용공여는 예외없이 구조조정촉진법 적용대상이 되지만 해외본사를 통한 경우는 제외되는데 현실적으로 양자간의 구분이 쉽지 않아 외국 채권기관의 무임승차를 막기 어렵디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점은 하이닉스 반도체의 채권조정 과정에서 이미 불거져 나온 문제로서 서둘러 보완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자율적인 구조조정 장치가 제대로 뒷받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CRV)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C) 등이 활성화 안된 마당에 구조조정촉진법의 특례적용으로 출자전환 제한이 완화될 경우 CRC나 CRV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회사를 정리할 경우 적용하는 도산3법 규정을 좀더 효율적으로 정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특히 강조할 대목은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사실상 국유화돼 있어 채권금융기관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상기업의 부채금액이 많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경우에는 더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말로만 채권은행들이 알아서 결정하라고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먼저 정부가 대주주인 시중은행의 민영화를 서두르는 한편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활성화하고 도산관련 법규를 정비해야 우리경제의 당면과제인 구조조정이 시장자율적으로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