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세계경제와 정치 위기의 진원지가 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테러사태를 통해 미국도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님이 증명됐다"며 안전통화의 대명사인 달러화에 대한 믿음에도 금이 가면서 달러화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또 경제위기에다 안보위기까지 겹친 미국의 불안한 상황으로 "세계의 자금이 미국이 아닌 다른 제 3의 장소"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유동성이 보장되고 정치적으로 중립국이어서 안보위기 우려가 거의 없는 스위스로 국제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스위스는 국내총생산(GDP)의 12%가 넘는 경상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가 부도날 염려도 없다. 이에 비해 미국은 올 들어 한달에 3백억달러 이상의 경상적자를 내고 있다. 작년에는 경상적자 총액이 4천5백억달러로 GDP의 4.5%를 기록했다. 이같은 대규모 경상적자로 미국은 지금까지 하루에 적어도 10억달러의 외국자금이 유입됨으로써 달러 안정과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테러사태를 계기로 미국 경제.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짐에 따라 달러화의 약세는 불가피하다는게 국제금융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