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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테러쇼크가 국내외 금융 시장을 '심리적 공황' 상태로 내몰았다.
세계 주식 시장은 돌발 사태 충격에 동반 침몰했다. 국내 증시는 낭떠러지 아래로 뛰어내렸다. 사상 최대 하락률 등 각종 나쁜 기록을 갈아치우며 33개월여중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12일 증시는 투매를 우려, 휴장을 검토한 끝에 평소보다 3시간 늦게 개장했다. 주가는 그러나 2분이 채 지나기 전 5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올들어 처음으로 현선물 거래가 동시에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즈가 발동됐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증시도 동반 폭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난 84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000선이 붕괴되며 682.85포인트, 6.63% 낙하, 9,610.1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홍콩 항생지수는 8.87% 떨어졌다.
시장 관심은 진주만 공습 이후 최대 사건으로 꼽히는 테러 사태의 진행 방향과 폭에 쏠려 있다. 일련의 동시다발 테러는 일단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 막을 올린 '진행형' 사건인 데다 사상 초유의 일인지라 처리 방향이나 여진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또 금융시장과 경제주체에 심리적인 충격을 준데 이어 실물 경제에도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침체 우려와 맞물려 파장이 증폭될 전망이다. 아울러 뉴욕 증시와 달러화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이 테러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면서 원유 값 급등도 우려된다.
당분간 웬만한 재료나 모멘텀으로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작 당사자격인 뉴욕 증시는 수요일에도 장을 열지 않는다.
목요일 증시는 극히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단기 급락에 따른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 관계자들은 섣불리 상황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상당 기간 해외 변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날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맞아 모 증권사 전망란이 '오늘 전망은 없습니다'라는 글로 채워질 만큼 불투명한 장세에서 관계자들의 진단을 들었다.
◇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 = 이번 사태가 상당한 영향력 행사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약세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이날 국내 증시 낙폭이 가장 컸던 것은 그 동안 상대적으로 견고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구조조정 관련 기대감이 테러 사태와 함께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테러 효과는 일과성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주도자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국내외 누구라도 응징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중동이 시끌시끌해질 가능성과 불안감이 상존한다.
또 침체국면으로 접어들던 경기의 뇌관을 때렸기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펀더멘탈에도 영향을 미치며 세계 경제 회복 시기가 더욱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 급락에 따른 반등 기대감도 있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저가매수 시점으로 삼기엔 다소 이르다.
◇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 = 이번 사건이 전대미문의 일인 만큼 어떤 쪽으로 귀결될 지에 대해 좀 더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제와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단기 충격 이후 찾아오는 기술적 반등도 예측하기 어렵다. 뉴욕 증시가 휴장한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낙폭이 적정한 지에 대한 판단도 일단은 유보한다.
목요일 증시는 그러나 단기 급락세와 투매 양상이 이어지기보다는 미국 움직임의 눈치를 살피며 저가매수와 경계매물이 공방을 벌이며 뉴욕 증시를 기다릴 전망이다.
이날 대량의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됨에 따라 예상외의 선물옵션 만기 부담이 더해진 만큼 적극적인 매매를 자제하고 목요일 뉴욕 증시의 반응을 확인하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
외부 충격에 의해 급격히 추락한 상황에서 종목별로 저가매수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겠지만 '소나기가 내릴 때 작은 우산을 믿고 집밖에 나서기보다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는 말을 곱씹어 볼 시점이다.
◇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 = 지지선이 깨지는 시점에서 메가톤급 악재가 몰아치기는 했으나 60포인트 이상의 폭락은 과민 반응한 측면이 없지 않다.
심리적인 효과가 강하게 작용하는 국내 증시의 특성이 드러났으나 이번 사태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전망이다. 빠른 수습을 거쳐 뉴욕증시가 열리는 주중반 이후에는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
현지수대에서는 단기 매매를 전제로 목표수익률을 짧게 잡고 업종대표주를 중심으로 저가매수에 나설만하다. 가격메리트를 이유로 중소형주를 매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을 비롯한 경기 침체로 연결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500선이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하리라는 진단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