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경쟁적인 투매를 부추겼다. 1953년이후 처음으로 주식매매 시간을 단축, 낮 12시에 개장된 12일 증시는 개장과 함께 대폭락세였다. 개장하자마자 '팔자' 주문이 쏟아지면서 종합주가지수는 3분뒤 전날보다 65.95포인트(12.20%) 폭락한 474.62를 기록, 한때 매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주가가 전날보다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되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일시매매정지)에 걸렸다. 같은 시간 선물.옵션시장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현.선물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함께 발동된 것은 지난해 9월18일에 이어 주식시장 역사상 세번째다. 20분 후 거래가 재개된 증시는 투자자들이 냉정을 찾으면서 한때 500선 회복을 넘보기도 했으나 장 막판으로 갈수록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다시 낙폭이 커지는 양상이었다. 해외 시장에 민감한 외국인도 장 초반부터 투매에 나서 개인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거의 전종목이 하한가로 출발한 코스닥 시장도 장중 내내 이렇다 할 반등을 못한 채 폭락세로 마감됐다.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오른 종목이 20개를 밑돌았으며 대부분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거의 전 종목에 걸쳐 매도 잔량만 수북이 쌓인 채 악몽의 하루를 마감했다. 원화 환율(달러 값)도 폭락했다. 채권 금리도 경기회복 지연 전망에 따라 큰폭 떨어졌다. 원화 환율은 시장이 열리자마자 곤두박질쳐 전날(달러당 1천2백95원80전)보다 13원 이상 낮은 달러당 1천2백82원까지 급락했다. 테러 여파로 미국 경기 회복이 불투명해진데다 자본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 나갈 것이란 우려가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특히 유럽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한때 달러당 3엔 정도 폭락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재난에 그칠 것이란 기대와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 등으로 원화 환율은 반등을 시도해 달러당 1천2백86원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오후 들어서도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원화 환율은 달러당 1천2백85원 안팎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다 마감했다. 박승배 한미은행 외환딜러는 "미국 테러사태로 전세계 시장에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형성되긴 했지만 결국 달러화 약세는 일시적 현상일 것이란 시각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시장에선 미국 경기회복 지연으로 인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전날(연 5.18%)보다 0.13%포인트 낮은 연 5.05%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유가가 크게 올라 물가가 불안해질 것이란 심리가 작용하면서 장중 채권금리는 소폭 반등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결국 급락을 면치 못했다. 남궁덕.차병석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