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폭적인' 기업규제 완화작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이 되는 자산 규모 결정 및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등 핵심 기업규제 완화 방안이 정부간 이견으로 이달내에 확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6일 인천 송도비치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 초청 강연에서 "시장 규율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업 관련 제도를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벌의 요구에 따라 정책을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0일 열린 여.야 정책협의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일정 자산규모 이상'으로 전환키로 합의한 뒤 재경부를 중심으로 규제완화에 소극적인 공정위를 압박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경부는 대규모 기업집단을 가르는 자산규모를 10조원 이상으로 올리고 출자총액한도도 현행 순자산의 25%에서 40∼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만큼 국내 기업에만 차별적인 규제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벌규제의 '기본 틀'을 지켜야 한다는 공정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규제완화 작업은 한달이 다 되도록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4일에는 공정위를 배제한 채 경제차관 간담회를 열고 대기업의 투자촉진을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키로 했다. 이 위원장의 반발은 이같은 배경에서 이루어진 측면이 크다. 기업규제 관련 주무부처인 공정위를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는 대폭적인 규제완화 작업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의도라는 것. 이 위원장은 특히 이날 강연에서 "대기업 집단의 목소리는 크고 결집돼 있는 반면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는 분산돼 있는 만큼 공공정책을 결정할 때 이를 잘 헤아려야 한다"며 오히려 재경부를 압박했다. 재경부가 대폭적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면 이는 '재벌 편들기'일 뿐 중소기업과 대다수 국민의 뜻은 아니라는 것. 이 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때문에 대기업들이 5조원 규모의 투자를 못했고 13조원에 달하는 한도 초과분을 해소할 경우 4조5천억원 가량 주식처분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는 경제차관간담회 발표 내용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노코멘트"를 거듭하며 공정위와의 이견이 쟁점화되는 것을 피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