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1:50
수정2006.04.02 01:52
1850년 캐나다 인근 프랑스령 생 피에르 섬.부두에 정박한 배의 선원 닐 오귀스트는 친구 루이와 언쟁을 벌이다 어이없이 노인을 죽이고 만다.
사형을 선고받은 닐은 길로틴(단두대)에 도착하기까지 시한부 인생을 산다.
닐을 감옥에 가두고 감시하게 된 대위와 그의 부인 마담 라는 닐에게서 선량한 면모를 느낀다.
"1850 길로틴 트래지디"(원제 La Veuve de Saint-Pierre)는 사형수와 대위부부를 주축으로 한 숙명적인 비극을 다룬 영화다.
세상의 권위는 그들의 사랑과 자유의지를 인정하지 않고 결국 비극적인 희생을 요구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으로 탁월한 감성을 과시했던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은 자칫 귀족부인의 불륜을 그린 선정적 멜로나 사형의 정당성을 묻는 고발에 치우칠만한 이야기를 서정적인 풍광속에 균형있게 녹여낸다.
사형이나 계급갈등같은 사회적 이슈와 인간들의 본성과 숙명에 이르기까지 사유의 폭이 넓고도 깊다.
"길로틴"은 배우들의 영화라 부를만도 하다.
주연인 닐 역으로 카메라 앞에 선 천재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의 강렬함과 줄리엣 비노쉬의 섬세함,아내를 향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애정을 보내는 다니엘 오테이유의 부드러움은 완벽한 삼중주를 이뤄냈다.
단,느릿한 리듬이나 잔잔한 이야기 전개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지루할 수도 있겠다.
8일 개봉.18세 관람가.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