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2일 남북 당국자간 회담을 제의한 것은 지난 3월13일 남북 장관급회담이 연기된 이후 소강상태에 빠져있던 남북관계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북측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무엇보다 북.미 대화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담보로 남북대화를 무한정 지연시킬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비료 전력 등을 지원받는 등 남북 경협의 필요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평양 8.15 대축전 이후 남한 사회에서 일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다분히 담겨있는 듯하다. 장쩌민 중국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권유한 것도 이런 결정에 큰 몫을 햇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안이 논의되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서 북측이 이런 제의를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시각도 강하다. 자민련은 "누구의 요청이 있었기에... 저의가 불보듯 뻔하다"며 의혹을 제기했고,김종필 명예총재도 "호흡이 잘맞아"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나라당도 즉각 성명을 내고 "북한이 임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느닷없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임 장관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임 장관은 해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내 정치상황과 무관하다"고 지적하고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