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랑 < 대한교과서 사장 tailang@daum.net > 처서가 지난 지 한참 되었으니 이젠 가을이다. 지독한 가뭄으로 시작된 지난 여름은 참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가을 들판의 곡식이 넉넉하게 익어가는 것도,과일에 단맛이 스미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여름이 남기고 간 커다란 가르침이요, 선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름에 남겨준 것은 무엇일까. 지난 여름을 보내고 떠나온 산과 바다와 계곡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남아있다. 직업상 교과서를 펼쳐볼 기회가 많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품질은 내가 배웠을 때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어렴풋하게나마 추억을 전해주고 잠시나마 나를 순수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얼마 전 막 인쇄를 마친 3학년 2학기 도덕 교과서를 본 적이 있다. '가족 나들이'라는 글이 있었다. 연이라는 아이가 가족과 함께 바닷가로 나들이를 갔다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지키기 위해 쓰레기를 줍고 아버지께 칭찬을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산이나 바닷가에서 연이처럼 행동한 적이 있나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여름방학 동안 나들이를 다녀와서 2학기에 배우는 내용이다. 아이들은 큰 소리로 글을 읽으며 연이를 배울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잃기도 한다. 최근 우리 교육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이 들린다. '공교육의 붕괴'라느니,'교육제도'가 문제라느니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다시 생각하는 건 '공'이나 '붕괴' 또는 '제도'가 아니라 '교육'이라는 단어다. 교육사업에 30년이상 몸담아왔지만 '교육'이란 단어만큼 어려운게 없다. 국어사전에는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고 품성과 체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교육이란 말의 정의에 누가 어디에서 가르쳐야 하고 어떠한 방식이 중요하다는 설명은 없다. 아이들에게도 지나간 여름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새학기를 맞아 3학년 학생들이 어김없이 '가족 나들이'라는 단원을 큰 소리로 따라 읽을 것이다. 우리의 지난 여름을…. .............................................................. 한경에세이 필진 9월1일부터 바뀝니다 9~10월 집필은 김덕우(金德祐.월) 우리기술 사장,박천웅(朴天雄.화) 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 회장,윤윤수(尹潤洙.수) 휠라코리아 사장,오건석(吳建錫.목) 프리챌홀딩스 회장,이용경(李容璟.금) KTF 사장,황태랑(黃泰郞.토) 대한교과서 사장이 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