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낮은 기업들 돈가뭄에 목탄다..저금리시대 자금조달 '부익부 빈익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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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단말기 업체인 스탠더드텔레콤은 이달들어 세차례 투기채펀드의 하나인 프라이머리 CBO발행을 통해 1백50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조달금리는 초저금리시대와는 동떨어지게 통상 연6%대인 대출금리의 두배인 12%를 넘었다.
지엠피는 지난 27일 프라이머리 CBO발행으로 30억원의 운영자금을 연 4.93%의 '저금리'로 조달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리 편치만은 않다.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기업의 후순위채권을 상당부분 떠안는 대가로 금리를 낮춘 때문이다.
당장 급한 자금은 조달했지만 떠안은 후순위채권의 리스크가 현실화될지 모를 부담이 남아있는 셈이다.
이처럼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코스닥기업들에 저금리는 '그림의 떡'이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를 잇따라 내리면서 초저금리시대가 열렸지만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수준인 대부분의 코스닥기업들엔 먼 나라의 얘기다.
반면 자금사정이 좋은 일부 우량기업들은 고금리의 회사채를 갚기 위해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아예 현금으로 사채를 상환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자금사정의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CBO 발행금리는 연10% 넘어=자금조달이 여의치 않는 코스닥기업들의 CBO발행금리는 연10%대다.
연17%대였던 올 초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시중금리에 비해서는 여전히 고금리다.
고금리는 무엇보다 이들의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CBO를 발행하는 대부분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인 BB급 이하 수준이다.
통상 회사채발행 후 3개월 단위로 돌아오는 이자지급에 부담을 느끼는 업체들은 표면금리를 낮추기 위해 만기에 자금을 떼일 각오를 하고 후순위채권을 떠안고 있다.
지난 17일과 28일 회사채를 발행한 신한캐피탈과 지엠피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각각 6.85%,4.93%에 돈을 빌렸다.
하지만 후순위채권에 편입된 코스닥기업이 만기전에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한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3개월마다 내야하는 이자부담을 줄이는 대신 높은 리스크를 떠안은 셈이다.
실제로 투기등급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총 3천6백18억원 규모의 CBO(주간사 동양종금) 발행에는 1천여개사가 신청했으나 1백66개사만이 선정됐다.
지난 6월 발행됐던 3천5백39억원 규모의 CBO(주간사 대신증권)에도 5백여개사가 신청했으나 1백90개사가 발행시장에 편입됐다.
◇새로운 자금조달루트로 떠오른 우선주=CBO를 발행하는 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시장상황이 악화되면서 주식연계사채발행이나 유상증자가 힘들어져 이도저도 안되는 기업들은 제3자 배정 우선주로 해법을 찾고 있다.
이달들어 테크원 삼한컨트롤스 이티아이 옌트 등 4개 기업이 제3자배정방식으로 우선주를 발행했다.
우선주 이상급등에 따른 규제가 강화되는 등 주가조작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정관을 변경해 우선주발행을 결의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도 다급해진 기업의 자금사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옌트는 2~3%대에 그치던 최저배당률을 9%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우선주 발행에 나서 관심을 끌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