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정희(1906-1990)가 잡지 『삼천리』기자로 재직할 때인 30-40년대 여러 문인들로부터 받은 육필 편지와 작품이 『문학사상』 9월호에 공개됐다. 편지 18통과 시 한 편인 이들 자료는 과거 한국화약이 추진하다 유보된 '한국근대문학관' 건립 작업에 관여했던 소설가 서영은씨가 최정희의 딸 김채원씨로부터 입수한 것으로, 이 가운데 백석(白石)의 편지 원본과 시는 서씨가 소장하고 있다. 편지들은 비록 사신이긴 하지만 당대 문인들의 교우관계와 문학적 고뇌, 비화등을 담고 있어 문학사 연구자료로 가치를 지닌다. 이 가운데 시인 백석이 최정희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 원본은 최초 공개여서 주목된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씨의 설명에 따르면 최정희에게 보낸 백석의 편지는 사연으로미뤄 최정희로부터 사랑의 '미역국'을 먹은 내용이고 함께 공개된 백석의 친필시 도 그 연장선상에서 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실천문학사 발간「백석 전집」(김재용 엮음)에 이미 수록, 소개된 바 있다. 최정희와 편지를 나눴던 인물은 모윤숙, 노천명, 김종한, 김사량, 유진오, 김광섭, 조경희, 김동환 등이다. 당시 유부남이었던 파인 김동환은 1940년대초부터 한국전때 납북될 때까지 최정희와 동거하면서 두 딸인 지원, 채원(이상 소설가) 자매를낳았다. 최정희를 포함한 모윤숙, 노천명 세 사람은 모두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편지에서 그런 정황이 읽히고 최정희를 상대로 협박을 동반한 구애를 끈질기게 펼친 김종한의 사연도 잘 나타나 있다. 또 일본에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김사량이 일본 잡지에 최정희를 소개하려고 추진한 흔적이 보이고 특유의 인간미를 갖춘 문단의 마당발 이용악의면모도 읽을 수 있다. 서영은씨는 "최정희 여사가 성격이 담백하고 믿음이 가는 잡지사 기자이자 소설가로 성별을 떠나 여러 사람과 친분을 유지했기 때문에 유명 문인들의 서신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파인 탄생 100주년이 되는 9월 27일을 전후해 문학 심포지엄, 가곡의 밤, 시화전 등 다양한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이 행사는 파인과 그의 부인 신원혜(1993년 작고) 사이의 소생인 3남 영식(68)씨의 주관으로 마련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