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인터콘티넨탈 호텔. 세계 최대 규모인 '후자이라 해수담수화및 발전설비' 수출계약(8억달러)을 체결하는 윤영석 두산중공업 사장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두산중공업이 세계 해수담수화시장 제1위 업체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후자이라 담수화설비의 하루 담수생산량은 1억갤런(1갤런=약 4.5ℓ). 자그만치 하루 1백20만명의 아랍에미리트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이다. 해수담수화 설비는 바닷물을 식수 및 농.산업용수로 전환하는 설비다. 세계담수협회(IDA)에 따르면 두산중공업(MSF방식 부문)은 90년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계약용량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은 29%. 이탈리아의 이탈리아피안티(22%), 일본의 히타치조선(14%), 영국의 웨스트가트(11%) 등 선진국의 내로라하는 업체를 모두 앞질렀다. 산자부는 해외 경쟁업체의 기술및 품질경쟁력을 100이라면 두산중공업은 110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윤 사장은 "설계만 하고 다른 부문을 하청주는 경쟁업체와 달리 설계에서부터 제작, 구매, 시운전, 성능시험까지 전공정을 턴키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는게 최대 무기"라고 말한다. 두산중공업이 해수 담수화설비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78년. 오늘이 있기까지 적지 않은 설움을 겪어야 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존 업체들의 텃세에 시달려야 했고 기술을 빌려주는 미국업체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결국 온갖 설움은 담수화설비 설계기술을 자체 개발토록 내몬 자극제였다. 지난 95년부터는 설계에서 애프터서비스에 이르는 전공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지난해엔 세계 최초로 원모듈(One Module)화 증발기 기술을 개발해 적용, 해외 경쟁업체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길이 90m, 폭 30m, 중량 3천5백t에 달하는 축구장만한 크기의 증발기를 4개 부분(모듈)으로 제작.출하한 후 현지에서 재조립하던 기존 설치방법을 1백80도 개선해 완전조립상태로 출하하는데 성공했다. 전체 설비의 설치공기를 크게 단축시켜 경쟁력을 한단계 더 끌어올린 쾌거였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기술및 품질경쟁력과 어우러져 상승효과를 만들어냈다. 중동영업을 담당하는 정태헌 상무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지점 김영철 이사는 중동밥을 먹은지 20년이 지났다. 이렇게 기술, 품질, 현지화 3박자를 갖춘 두산중공업은 향후 담수화설비 시장이 세계적인 물부족 현상에 따라 더욱 커질 전망이라는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올해부터 2010년까지 약 34억 갤런(1일 생산량 기준)의 담수화설비 발주가 예상된다. 금액으로는 무려 약2백4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