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역사교과서 왜곡 및 총리.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강행 이후 주변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데 대해 "일본 특유의 이중성"이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리를 비롯한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과 우려를 무시한 채 전범들 앞에 고개를 숙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자신의 국내 정치적 목적을 이룬뒤 돌연 한일 관계복원을 시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우리 정부내에서는 불쾌감마저 내보이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고이즈미 총리가 희망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조기정상회담도 일본측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달 유엔총회는 물론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11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마주앉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별로 높지않다. 정부 당국자는 고이즈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조기개최 제안에 대해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일본이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정부내에서는 "이제와서 정상회담을 하자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세이다. 심지어 "앞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 총리와는 대통령의 임기중 국제회의 석상에서의 불가피한 대면은 몰라도, 별도의 양자회담은 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원칙확립이 필요하다"는 강경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또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대한 특사파견설을 자국내 언론에 흘리는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대해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한 당국자는 "단순히 특사를 파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면서 "그냥 얘기하는 수준의 특사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15일 전몰자 추도식 식사를 통해 "대전(大戰.태평양전쟁)에서 우리나라는 아시아 제국과 국민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는 책임론 제기에 대해서도, 당국자들은 "주변국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단순한 '립서비스'의성격이 짙다"며 인색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정부는 전날 끝난 일본 각급 중학교의 내년도 교과서 채택과정에서, 문제의 우익교과서가 채택과정에서 `참패'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본내 건전한 양심세력이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한 당국자는 "일본이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정제도상의 이유를 들며 통과시켰던 우익교과서의 채택률이 낮은 것을 일본 지도자들이 겸허히 받아들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