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세일열풍] 자고나면 '반값'...서로共滅경쟁 .. 실태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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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보기술)업계 전반에 일고 있는 '초저가 세일' 바람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수요가 한계에 달하면서 가격을 무기로 생존게임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업체들은 △과잉 투자로 유발된 재고 정리 △경쟁업체 죽이기 △시장지배력 확대 △인지도 향상 등을 목적으로 파상적인 저가 공세를 펴고 있다.
◇현황=기업 대상 인터넷 전용선 서비스업계에서는 최근 1년 6개월동안 업체가 1백개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이 불붙고 있다.
SK넷츠고는 지난 5월부터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60% 싼 값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백12Kbps급을 기준으로 1백62만5천원이던 것을 65만원으로 할인해 준 것이다.
케이알라인도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40% 할인 판매한다.
두루넷의 박득인 사업기획팀장은 "심한 경우 선발업체 가격의 10분의 1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고 귀띔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서비스 가격은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떨어졌다.
피하나퍼시픽 리치네트워크서비스 등 해외 IDC업체가 속속 상륙하고 국내 2위 규모의 한국통신 분당 IDC도 건립돼 가격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시스템통합(SI) 업계에서는 발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저가 입찰이 판치고 있다.
실제 한 금융기관이 발주한 고객관계관리(CRM) 프로젝트의 적정가는 40억원 수준이었으나 A업체는 손해를 무릅쓰고 20억원에 낙찰받았다.
컴퓨터 분야에서는 중소업체 중심으로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용산전자상가 일각에선 펜티엄4 PC 본체를 지난해의 3분의1 수준인 98만원에 팔고 있다.
세이퍼컴퓨터와 세지전자는 펜티엄4 PC를 1백30만원대,삼성과 삼보는 1백50만원대,현대멀티캡은 1백20만원대에 내놓았다.
◇몸살 앓는 후발업체들=최근 IT업계 가격경쟁의 특징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선발업체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
직접적 타격을 받는 후발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한 소프트웨어업체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는 원가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저가 경쟁이 일어나면서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공정한 시장 질서가 자리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망=이런 현상은 외국에서도 비슷하다.
경기 불황,시장 포화,신규 제품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저가 경쟁을 유발한다.
최근 세계 최대 PC업체인 미국 델이 가격을 20% 인하하고 인텔도 펜티엄4 칩 가격을 3분의 1로 낮췄다.
이같은 '가격 파괴'는 먼저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IT업체들은 인력 감축,비수익사업 포기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또 경기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권혁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가 출혈경쟁은 기업 수익성을 악화시켜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게 되고 신기술 신제품 시판을 지연시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해 결국 경기회복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장규호·김남국·김경근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