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PC 개발을 극비리에 진행했다. IBM이 PC 개발팀을 만든 것은 80년 9월. "체스 프로젝트"(Project Chess)라는 이름아래 "더러운 12인"(Dirty Dozen)이란 별칭을 가진 개발팀을 구성,플로리다주에 있는 보가 레이튼이란 지역으로 보냈다. IBM 본사가 있는 뉴욕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으로 보내 비밀을 유지하면서도 본사 간섭을 최소화해 제품을 최대한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고 "더러운 12인"의 한명인 데이브 브래들리씨는 말했다. 지금도 IBM에서 컴퓨터 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는 브래들리씨는 지난 8일 산호세에 열린 PC 20주년 기념행사에서 개발 당시의 일화를 소개해 참가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개발 도중에 늘 정장을 하고 있었는데 단한번 간편하게 입었다가 살이 타고 모기에 물려 고생했다.FCC(미연방통신위원회)가 전자파 방출 기준을 바꿔 새 기준에 맞는지 실험하기 위해 야외로 반팔,반바지를 입고 갔다가 플로리다의 햇살과 모기한테 당한 것이다" 이 개발팀의 보안 유지는 아주 심했다.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들에게 비밀유지계약을 요구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PC의 핵심인 중앙연산처리장치(CPU)를 개발한 인텔의 엔지니어와 회의를 할때는 탁자 중간에 검은 커텐을 쳐 인텔 엔지니어들이 IBM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모르게 했을 정도였다. OS 개발을 처음 의뢰받은 회사는 MS가 아니었다. 오히려 MS가 OS 개발업체로 다른 회사(디지털리서치)를 소개했다. MS는 디지털리서치 OS를 사용하고 있었다. 디지털리서치는 그러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를 거절했다. 일각에선 이 회사의 개리 킬달 사장이 자가용 비행기 모는 것을 즐기다 미팅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OS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잡은 MS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빌 게이츠의 혜안 덕분이란 분석이다. MS는 OS를 제공하면서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주는 대신 기술공여(라이선스)방식을 택했다. 이에따라 다른 PC 제조업체에도 같은 제품을 제공해 엄청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