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 '묻지마 조기유학' 대부분 돈버리고 마음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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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은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투자입니다.
철저한 준비없이 무작정 시작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16년 동안 조기 유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송순호(42) 박사.
이달초 일시 귀국한 송 박사를 10일 만났다.
그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타향살이를 자청하는 부모들을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현재 뉴욕시 25지구(학군)에서 교육위원(이중언어교육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의 눈엔 앞으로 아이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물론 조기유학에 성공해 보란듯이 미국 명문대학에 입성하는 아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학 성공스토리는 극소수의 얘기이며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지 않은 조기유학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송 박사의 주장이다.
그가 강연회 등을 통해 이런 요지의 얘기를 풀어가면 항상 "그래도 영어 하나만큼은 잘하게 되잖아요"라는 학부모들의 반문이 이어진다.
이에 대한 송 박사의 대답은 간단하다.
영어로 무리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미국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것.
"미국에서 고등학교까지만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무엇보다 미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실력이 우선입니다.
이건 시간만 흐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송 박사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85년 미국 시라큐스대에 진학했다.
유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조기 유학생들의 영어학습을 지도한 것을 계기로 영어교육에 뛰어들게 됐으며 지금은 뉴욕에서 '리딩타운'이라는 어린이 대상 영어교육원을 운영 중이다.
그는 '리딩타운'을 운영하면서 보고 느낀 내용을 최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조기유학,절대로 보내지 마라'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그는 "될 수 있으면 한국에서 대학을 마친 뒤 미국으로 유학올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래도 굳이 조기유학을 감행하겠다면 아이들의 '영어 리딩(읽기)능력'을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 향상시킨 뒤 보내라고 강조한다.
말하고 듣는 능력은 유학온 후 2년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읽고 쓰는 능력은 특별한 노력이 없으면 크게 향상되지 않아 학교생활에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다.
그는 "조기유학을 오는 학생들의 경우 영어로 된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미국 아이들에 비해 보통 4∼6년 정도 뒤처진다"며 "이런 수준으로는 학교수업을 따라 갈 수 없어 일부 아이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성격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송 박사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아이들이 다양한 영어책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 박사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조기유학 성공비결은 학과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한국에서 공부 못하던 아이가 미국 와서 갑자기 우등생으로 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조기유학을 원한다면 우선 학과공부에 충실해야 합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