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이 코스닥기업 대주주에게 주가급락에 따른 책임을 물어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영남제분은 9일 최대주주 등의 지분 장내매각과 관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개인투자자 1백49명에게 17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합의금은 투자자들이 소송에서 요구했던 피해금액(17억4천9백만원)의 97%에 해당하는 액수다. 영남제분은 원고측 소송대리인인 한누리법무법인의 계좌로 합의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법정 판결이 아닌 당사자간 합의 형태로 마무리돼 법적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이 등록법인 최대주주의 '약속불이행'에 대해 피해보상을 받아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외자유치,나스닥상장,대규모수출계약,A&D(인수후개발)등 주가에 민감한 사안이 추진되다가 결렬되는 사례가 빈번해 유사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승리한 소액주주=영남제분은 지난해 11월23일께 유상증자를 앞두고 자사 홈페이지에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게재했다. 당시 약세를 보이던 영남제분 주가는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대주주는 4일 뒤 보유지분 1백30여만주를 장내에서 매각했다. 영남제분측은 "유상증자 참여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지분을 팔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개인투자자 1백49명은 지난 2월 초 "대주주가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며 한누리법무법인을 통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영남제분은 소액주주들이 낸 소송외에도 최근 자금담당 상무 박모씨 등이 주가 조작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소액주주들이 손쉽게 합의금을 받아낸 데는 주가조작에 대한 검찰수사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불똥 튀지 않을까=이번 사건은 소액주주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록 합의형태로 마무리돼 판례로서 일반화될 수 없지만 코스닥기업으로선 앞으로 주가부양 등을 위해 외자유치같은 '공수표'를 남발하기가 부담스럽게 됐다. 현재 코스닥시장에는 외자유치같은 갖가지 호재성 재료가 판을 치고 있다. '성사되면 좋고 아니면 할 수 없고'식이다. 예컨대 재스컴 인네트 코레스 등은 올들어 7차례에 걸쳐 외자유치 추진을 공시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대규모수출이나 나스닥상장설,A&D 등 흔하게 사용되는 재료다. 대우증권 투자정보팀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경우 실제로 외자유치를 추진했으나 시장에 유포되며 무산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주가에 민감한 재료에 대해 명백한 진행상황을 알리지 않고 '추진중''검토중'이란 말만 되풀이하며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영남제분 사건은 '공수표 남발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대응방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