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대덕구 대화동 대전공단에 있는 라이온켐텍. 산업용도료 첨가물인 왁스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7월말 현재 국내 왁스시장 점유율은 40% 이상. 특수용 왁스제품의 경우 가격경쟁력과 품질면에서 외국산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기업들로부터 기술제휴 요청이 들어올 정도다. 이 회사의 박희원(52)사장은 단 한차례의 외도없이 왁스에 인생을 건 뚝심 경영인. 그는 독일의 바스프,미국의 얼라이드시그널 등 세계적인 왁스업체를 제압하기 위해 오늘도 분주히 뛰고 있다. 박 사장은 군에서 제대한 1969년 사무용품점 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4년동안 열심히 모은 돈으로 73년 신아상사라는 사무용품점을 냈다. 개업 1년만에 당시 집 여섯채 값을 버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행복은 '순간'이었다. 74년 가깝게 알고 지내던 사람이 경영해온 화학약품 회사를 돕기 위해 2백만원을 출자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기 때문이다. 동업자는 1년만에 고의로 파산한 뒤 도망가 버렸다. 결국 박 사장이 고스란히 빚을 떠안게 됐다. 그는 "자신의 억울한 멍에를 성공으로 벗겠다"며 화학약품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물론 사무용품점을 미련없이 닫았다. 이듬해인 76년 대전시 동구 산성동 8평짜리 보일러실을 빌려 화학전문가 2명과 함께 새한화학공업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1년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성과가 없자 핵심 기술개발 인력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떠나버렸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맺힌다. "막막했습니다. 화학에 대해 문외한인 제가 혼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으니까요. 집에 쌀이 떨어져 국수로 끼니를 때운 날이 많았습니다. 아예 세상과 등질 생각까지도 했지요"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미친듯이 독학하며 개발에 몰두했다. 밤낮이 따로 없었다. 도서관과 연구소의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그 결과 2년만에 제지공장에 필요한 탈묵제를 국내에서 처음 만들 수 있었다. 탈묵제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간의 고생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당장 제지회사로부터 주문이 폭주했다. 이로 인해 1년만에 국내 시장 동종 제품의 90%이상을 석권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얻은 이익금 전액을 기술 개발에 투입했다. 이어 신제품 개발 레이스가 펼쳐졌다. 지난 82년 화학연구소와 손잡고 공동개발한 폴리에틸렌 왁스를 84년 상업화하는데 성공했다.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네번째로 거둔 개가였다. 85년에는 폴리프로필렌 왁스를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경쟁 기업을 경악케 했다. 이 두가지 제품으로 연간 4백만달러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외국업체 수입품 가격도 ㎏당 1천원이상 떨어졌다. 자신을 얻게된 박 사장은 고부가가치 왁스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했다. 팜유에서 추출한 식물성 고기능 제품인 EBS·HBA 왁스와 마이크로나이즈드 왁스,HDPE(고밀도 폴리에틸렌)산화왁스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모두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특히 왁스분야에서 최고 기술로 꼽히는 선박도료 및 콘테이너도료에 첨가되는 특수왁스를 지난 99년 개발한 뒤 올들어 시판에 들어갔다. 또 자동차용 도료왁스 개발도 이미 완료,시험생산중이다. 이 두 제품은 그간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수출도 활발하다. 지난 87년 미국에 왁스 12t(1만2천달러 상당)을 판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출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대상 국가도 일본 벨기에 이탈리아 영국 인도네시아 등에 이른다. 수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라이온켐텍은 '제2의 도약'을 눈 앞에 두고 있다. 80억원을 투자해 대전 제3공단내 4천9백80평의 부지에 신축중인 연산 82만t 규모의 공장이 오는 10월부터 가동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자체 정유공장이 없어 원료를 포집해 놓은 수지를 수입,분해하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 단점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회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왁스 전문업체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042)624-3500 대전=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