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회복 논란이 전세계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이달 초 바닥론이 제기되면서 국내외 증시에서 반도체 랠리가 펼쳐졌지만 불과 1주일새 상황이 바뀌고 있다. 바닥론에 맞서 비관론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뉴욕발(發) 반도체 경기 논란은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국내 증시를 춤추게 했다. 이달 초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최근에는 연이은 반도체 경기 비관론이 힘을 얻으면서 나스닥 지수와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물론 국내 증시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7일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경기 비관론에 자극받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10일 만에 순매도했고 하이닉스반도체도 대거 내다 팔았다. ◇해외 비관론자들의 반격=반도체 랠리에 불을 붙인 메릴린치의 바닥론에 맞서 비관론자들의 반격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베어링자산운용의 분석가 제임스 스퀘어는 반도체 수요와 경기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반도체 주가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에는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조나단 조셉과 리먼 브러더스의 댄 나일즈가 인텔의 실적 악화를 경고하면서 반도체 랠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조나단 조셉과 댄 나일즈는 인텔의 실적 악화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투자전략에서는 상반된 견해를 취했다. 연초부터 인텔 매수를 자제하라고 충고해왔던 나일즈는 반도체칩 가격 인하로 인텔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본 반면 지난 4월 인텔을 매수할 기회라고 밝혔던 조셉은 가격 인하로 연말 반도체 산업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매수 의견을 냈다. ◇국내에서도 논란=대우증권 전병서 부장은 "반도체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8,9월 중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 부장은 "작년 3·4분기와 달리 올 3·4분기는 반도체 가격이 낮고 감산 등으로 공급량도 정체돼 있다"면서 "4·4분기에는 인텔의 가격 인하 효과와 계절적인 요인으로 반도체 가격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내년 1·4분기에는 윈도XP 출시의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반도체 경기 불황의 근본 원인은 공급보다 수요가 문제"라면서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놔도 당분간 수요가 살아나기 힘들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은 내년 3·4분기께에나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위원은 "오는 10월 윈도XP가 출시되고 계절적인 요인으로 PC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늘더라도 재고물량 증가로 추세를 전환시키기 어렵다"면서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이 일시에 도태되기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생산 라인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재고와 공급물량이 생각만큼 빨리 줄어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단기 대응하는 외국인=반도체 경기 바닥론에 자극받은 외국인은 지난 1일 전체 순매수 금액의 60%가 넘는 1천5백47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날은 태도가 돌변해 반도체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았다. 지난달 25일부터 9일 연속(거래일 기준) 순매수했던 삼성전자 주식을 10일 만에 2백7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2백9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저항선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절대적인 만큼 이들의 매매패턴에 따라 당분간 지수가 등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