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폰업계, 퀄컴 로열티 재협상 '각개전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내 휴대폰 업계가 미국 퀄컴과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로열티 재협상을 앞두고 업체들마다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공동대응책 마련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따라 이번 퀄컴과의 로열티 재협상이 국내 업체들에 불리하게 진행될 뿐더러 특히 협상력이 뒤진 중소업체들에는 커다란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정보통신부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큐리텔 맥슨텔레콤 등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퀄컴과의 로열티 재협상 관련,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퀄컴이 최근 중국 중흥통신과 맺은 로열티 계약(내수용 2.65%,수출용 7.0%)이 국내 업체들에 대한 '최혜 대우' 약속에 위배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퀄컴은 국내업체들에 CDMA 상용화를 조건으로 가장 낮은 로열티를 적용키로 하고 내수용 5.25%,수출용은 5.75%(매출액기준)를 매겨왔다.
그러나 업계는 중국의 내수용 로열티가 턱없이 낮아 국내 제품이 중국에 수출되더라도 가격경쟁력이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협상에 들어간 삼성과 LG=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동대응보다는 개별협상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자체 CDMA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퀄컴과 크로스라이선스(상호특허인정)를 통해 로열티를 낮출 수 있기 때문"(삼성전자 관계자)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체 협상단을 미국에 파견,퀄컴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삼성전자는 크로스라이선스를 통해 로열티를 지금보다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6일 퀄컴으로부터 중국 중흥통신과의 계약내용을 전달받고 협상원칙과 일정을 마련중이다.
◇공동대응을 요구하는 중소업체들=팬택과 텔슨전자 세원텔레콤 등 중견 단말기업체들은 대기업과의 공동대응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기술력은 물론 협상력에서도 개별 업체로 대응해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8일 예정된 정통부와의 2차 간담회에서 업계 공조체제 구축에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적극 요청할 방침이다.
이들 중견업체는 한국이동통신지적재산권협회(회장 김동연)를 결성해 대기업과의 공조가 안되더라도 퀄컴과의 로열티 협상에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퀄컴의 '고자세'=퀄컴측은 이번 로열티 재협상에서 상당히 고자세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퀄컴측이 중국과의 계약내용에 대해 '한국업체들에 결코 불리한 것은 아니다'며 중국과의 계약조건을 국내업체가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기존 로열티 수준을 유지하든지 양자택일할 것을 통보해 왔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이에 대해 "정부가 공동대응을 주도할 경우 퀄컴이 WTO(세계무역기구)의 공정경쟁 조항을 들어 문제삼을 소지가 있어 조심스런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