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지난 5일 발표한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기관투자가 역할 제고방안'은 명분은 그럴듯 하지만 그 부작용 또한 적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정부가 제시한 정책방향의 줄거리는 두가지다. 하나는 투신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행사를 의무화시켜 기업경영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기업지배구조평가원을 설립해 기업의 지배구조 등급을 조사·발표하는 동시에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위한 자문 서비스도 제공토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경영투명성 제고문제는 이미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그 필요성을 절감한바 있어 이의가 있을 수 없는 과제다. 더구나 지난 3년여 동안 많은 제도보완과 기업의 자체 노력 또한 적지 않았지만 국제관행에 비춰보면 아직도 낙후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들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회계처리 등이 좀더 투명해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이고 반강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는 의문이다. 지배구조는 기업들이 경영환경과 전략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스스로 선택해야 할 문제이지 결코 획일적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강제할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선 정부가 기업지배구조평가원을 만들고 등급을 조사 발표하겠다는 것은 자칫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염려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평가원을 정부의 정책추진에 앞장세우려는 의도가 있다면 그같은 위험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투신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주총회에 적극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것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돈을 맡긴 수익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산운용이 전문인 투신사 등이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설 경우 오히려 의사결정 지연 등에 따른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경영에 대한 간여가 기관투자가들의 본분은 결코 아닐 것이다. 더구나 지금도 모든 주총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맡기는 게 시장경제 원리에도 부합한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가 매우 중요한 당면과제임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획일적이고 반강제적인 방법은 피해야 한다. 기업자율에 바탕을 두고 이뤄나가야 할 과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