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박단소(輕博短小)한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는 덩치 큰 PC모니터를 "노트"처럼 얇게 만들어 낸 일등 공신이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 서비스를 즐기려면 완전한 컬러 동영상을 끊기지 않게 보여주는 유기EL이 있어야 한다. 또 두께 10cm짜리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의 탄생은 40인치 이상 대형TV를 벽에 걸 수 있게 해줬다. DT(Display Technology)는 이처럼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며 어느 산업보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트(완제품)의 부속물 정도로 취급돼온 디스플레이가 세트의 진화를 선도하면서 세트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것이다. 디스플레이는 그래서 "전자산업의 꽃"으로 불린다. 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DT산업은 매년 15%씩 성장, 2005년에는 세계시장이 8백99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DT중 가장 빠른 성장을 예고하는 분야는 유기EL.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DC재팬은 세계 유기EL 시장이 2005년까지 연평균 무려 1백70%씩 성장, 2조7천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벽걸이TV용 화면장치인 PDP는 연간 71.3%씩 고성장이 예상된다. TFT-LCD와 STN-LCD를 포함한 LCD도 PC모니터를 중심으로 평균 18.2%씩 성장할 전망이다. 새로운 디스플레이의 부상으로 CRT(컬러브라운관)는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업체들은 세계 DT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전세계에 보급돼 있는 PC.TV.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화면 10개중 2개(점유율 22%)는 한국산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을 정도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가 지난 2.4분기 세계시장을 조사한 결과 TFT-LCD는 한국산이 세계 시장의 40.9%를 차지했다. 일본에 이어 2위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1위고 LG필립스LCD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일반 TV와 PC 모니터를 만드는 CRT는 한국이 독보적인 1위로 세계시장의 40% 가까이 점유한다. 업체별로는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1위, 삼성SDI가 2위다. 대형 벽걸이TV의 화면을 만드는 PDP패널은 LG전자와 삼성SDI가 선발주자인 일본업체를 바짝 따라붙은 상태다. 두 회사는 컬러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휴대폰 액정화면 유기EL에서도 세계 최초 양산을 목표로 경쟁중이다. 당연히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수출에 기여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지난해 CRT와 LCD 두가지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5.5%, 금액으로는 94억달러(12조원)에 달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리는 그동안 기술 및 제품개발에서 일본에 수년씩 뒤처졌었다. 과감한 투자로 이를 극복해 시장점유율에서 일본을 따라잡긴 했지만 기술력에서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고 자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어 한국기업들이 얼마만큼 더 도약하느냐에 IT강국을 지향하는 한국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심기.정지영 기자 sglee@hankyung.com